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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 친중 선언에 美 안달났다…격전지 된 '바다 위 작은 점'[지도를보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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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각선 모양으로 길게 이어진 아래의 점들은 모두 한 국가의 영토입니다. 어느 나라일까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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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정보를 드리자면,

힌트

①국가명은 구약성서 속 ‘지혜와 풍요의 왕’ 이름에서 따왔지만, 실상은 세계 최빈국 중 하나.
②한국 예능 ‘정글의 법칙’에 등장. 달콤한 육지게 ‘코코넛크랩’ 먹방으로 화제.
아름다운 산호초와 열대어 등이 유명한 관광지. 하지만 이곳에서 촬영된 유일한 영화(씬레드라인)에선 2차 대전 전쟁터로 등장.

여전히 알쏭달쏭입니다. 주변국 역시 생소합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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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남태평양의 진주’로 불리는 섬나라, 솔로몬제도입니다. 바다 위에 점점이 흩어진 992개의 섬으로 이뤄졌는데, 면적을 모두 합쳐도 한반도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경상도(3만2286㎞)보다 작죠.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136달러(2020년 기준, 약 270만원)로 세계 최빈국 중 하나입니다. 같은 기간 한국의 1인당 GDP(3만1637달러, 약 3975만원)의 15분의 1 정도입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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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보다 작은 섬, 미·중 패권 격전지

‘정글의 법칙’(SBS), ‘세계테마기행’(EBS)에나 등장할법한 섬나라가 최근 미·중 패권경쟁의 최대 격전지로 급부상하며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올 들어 주요 2개국(G2) 고위급 인사들이 이 조용한 섬나라에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고 있죠. 지난 3월 솔로몬제도와 중국 간 안보협정 체결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단 소식과 함께 머내시 소가바레 솔로몬제도 총리가 “태평양 섬들을 ‘서방의 뒷마당’쯤으로 여기지 말라”고 일침을 놓은 게 시작입니다.

이에 미국은 4월 19일 ‘아시아 차르’로 불리는 커트 캠벨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을 단장으로 한 초호화 고위급 대표단 꾸려 솔로몬제도로 급파해 ‘안방 단속’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그 다음날 보란 듯이 ‘솔로몬제도와의 안보협정 체결’을 공식 발표했죠. 이어 솔로몬제도를 포함해 남태평양 도서국을 순방하며 이 지역에 대한 중국세(勢)를 과시했습니다.

솔로몬제도위 소가바레 총리(오른쪽)과 중국 왕이 외교부장. 연합뉴스

솔로몬제도위 소가바레 총리(오른쪽)과 중국 왕이 외교부장. 연합뉴스

해상 패권 가르는 전략적 요충지

바다 위 작은 점처럼 보이는 섬나라의 외교 노선에 G2가 들썩이는 이유는 이 지역이 해상 패권을 가르는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입니다.

솔로몬제도는 호주 해군이 서태평양 북진시 사용하는 주요 통로이자, 미군의 서태평양 거점인 괌 기지의 남쪽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미군은 괌 기지의 백업용으로 호주 북동부 다윈기지를 미 공군의 전략거점으로 고도화하고 있는데, 솔로몬제도는 이 다윈기지를 견제하고 미군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는 중국의 포석입니다. 벌써부터 중국이 솔로몬제도와의 안보협정을 빌미로 호주의 코앞에 원양해군전력을 기항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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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 때인 1942~43년엔 일본군과 미군의 ‘과달카날 해전’ 무대였습니다. 찰스 에델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 고문은 “당시 미국은 이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일본의 남태평양 진출을 차단했고, 연합군은 솔로몬제도를 기지로 삼아 태평양 전선에서 반격을 본격화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솔로몬제도를 뺏긴 것이 일본 패망의 결정타였다고도 분석했습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1933~45) 당시 미국 대통령은 솔로몬 제도를 일컬어 “지도 위엔 작은 점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 점들의 전략적 커버리지는 엄청나다”며 그 가치를 강조했죠.

전쟁 이후 솔로몬제도는 줄곧 미국과 협력했습니다. 미국의 입맛에 따라, 대만과 국교를 맺고 중국은 멀리했을 정도였죠. 하지만 정작 미국은 중동 문제에 집중하느라 이 지역을 장기간 방치했습니다.

과달카날 전투에서 미국 해병대원이 탱크의 뒤를 따라 전진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이 일본을 지상에서 처음 이긴 전투였다. 일본은 이후 계속 수세에 몰렸다. Historica Wiki

과달카날 전투에서 미국 해병대원이 탱크의 뒤를 따라 전진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이 일본을 지상에서 처음 이긴 전투였다. 일본은 이후 계속 수세에 몰렸다. Historica Wiki

차이나머니에 돌아선 서방의 뒷마당

중요 지역에 장기간 미국이 ‘부재’하자 중국이 재빨리 비집고 들어왔습니다. 소가바레 솔로몬제도 총리는 2019년 4월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를 선언하면서 ‘친중국’으로 변신합니다. 당시 호주 ABC 방송은 “중국이 제공한 5억 달러(약 6200억 원) 규모의 재정 지원과 1000억 달러 규모 차관의 대가”라고 보도했죠. 같은해 5월 중국과 일대일로(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양해각서(MOU), 올해 안보협정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됩니다.

중국은 솔로몬제도를 미국의 봉쇄를 뚫을 탈출로이자, 대만문제 등에서 입지를 강화할 교두보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이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와 오커스(미국‧영국‧호주의 안보동맹)에 이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창설하며 중국을 겹겹으로 둘러싸고 있죠. 하지만 국제 해양공간의 40%를 차지하는 남태평양, 이중에서도 호주와 일본을 잇는 해상 길목인 솔로몬제도가 중국 영향권으로 들어가면, 중국은 미국 중심의 안보 체제에 큰 균열을 가할 수 있습니다.

미국 싱크탱크인 랜드코퍼레이션의 티모시 헤스 국제국방 연구원은 “중국 군대가 이 지역에 주둔하면 중국 해상 통신로 확보, 연합군에 대한 정보 수집 증가, 호주‧뉴질랜드 봉쇄 유지, 미군 이동로 차단 등 여러 전략적 목적을 한꺼번에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남태평양은 중국이 추진 중인 대만의 국제적 고립에도 중요한 지역입니다. 대만의 14개 수교국 가운데 4곳(팔라우·나우루·마샬제도·투발루)이 이곳에 있습니다.

2019년 베이징에서 열린 솔로몬제도와 중국의 수교 기념식에서 제레미아 마넬레 솔로몬제도 외무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베이징에서 열린 솔로몬제도와 중국의 수교 기념식에서 제레미아 마넬레 솔로몬제도 외무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중국은 이 지역 10개국과 일대일로 협력을 체결했고, 10개국과 안보‧무역‧기술 포괄협정을 추진 중입니다. 위레이 산둥성 랴오청대학 교수는 “지역협정 체결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작업으로 10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죠. 중국은 10년 이상 집요하게 남태평양 진출을 추진할 거란 의미입니다.

1980년대 시작된 中 '도련선 전략'

중국의 해양 패권 도전 역사는 깁니다. 1980년대 남중국해와 남태평양의 섬들을 연결한 도련선(Island Chain)을 긋고,이를 통해 중국의 해양진출과 미 해군의 활동 제약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단 전략을 추진해왔습니다.

아직까지는 오키나와~대만~필리핀으로 이어지는 제1 도련선을 오가는 수준입니다. 괌~사이판~팔라우를 잇는 제2 도련선은 중국의 희망사항일뿐, 진출조차 못했죠. 이 상황에서 중국은 차이나머니를 무기삼아 솔로몬제도와 남태평양 도서국의 환심을 사면서, 아예 더 큰 제3 도련선을 그려내고 있는 겁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알렉산더 그레이 미국 외교정책협회 선임연구원은 “태평양을 가로질러 하와이와 미국 서부 해안을 향하는 주요 전략적 거점을 확보하고 호주와 뉴질랜드를 향하는 ‘도련선’ 확보에 혈안이 된 중국의 모습은, 2차 대전 전후 일본 제국과 섬뜩할 정도로 닮아있다”고 지적합니다.

미국의 실수도 뼈아픕니다. 그레이 선임연구원은 “올 1월 통가의 화산폭발과 쓰나미 피해 때 미국의 냉담한 태도는 남태평양 국가들의 마음을 (중국으로) 확실하게 돌려놨다”고 지적합니다. 당시 미국은 10만 달러(약 1억2600만원)의 긴급 자금을 승인한데 그친 반면 중국은 신속하게 300만 달러(37억6650만 원)를 기부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통가 국왕에게 개인 명의의 위로 전문을 보냅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남태평양 섬나라 통가 인근에서 초대형 해저화산이 폭발하며 핵폭탄이 터진 듯 거대한 버섯구름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현지시간) 남태평양 섬나라 통가 인근에서 초대형 해저화산이 폭발하며 핵폭탄이 터진 듯 거대한 버섯구름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미·중의 온도차는 즉각 남태평양 도서국 전역에 퍼졌습니다. 에델 고문은 “미국은 이 핵심적인 요충지를 과달카날 전투 이후 방치했고, 중국이 파고들 틈새를 스스로 터줬다”고 지적합니다.

미국, 다시 남태평양으로  

미국도 다급하게 남태평양 구애에 나섰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2월 피지를 방문해 14개국과 화상회의를 열었습니다. 미 국무장관의 이 지역 방문은 36년 만입니다. 백악관은 29년 전 문을 닫았던 주(駐)솔로몬제도 미국 대사관도 재개하기로 결정했고, 조셉 윤 전 대북특별대표를 태평양 도서 특사로 임명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으로 돌아선 마음을 미국이 되돌릴 수 있을 지는 미지수입니다. 카네기 국제평화기금의 다르샤나 바루아 연구원은 “(중국의 전략이 아니라) 미국·호주가 이 지역에 오랜 기간 오만했던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미국은 기후 변화, 불법 조업, 마약 밀매, 인신매매, 코로나 팬데믹 등 고통을 호소했던 도서국에 협력을 약속했을 뿐, 실질적인 지원을 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죠.

그레이 선임연구원은 “중국과의 강대국 경쟁은 세대에 걸친 도전이 될 것”이라며 “워싱턴의 정책 입안자들은 지도책을 펼치고 역사책을 다시 읽어, 인도·태평양 지역 전략 성공에 진짜 핵심 요충지가 어디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솔로몬제도에 대해 좀더 알고 싶으신가요? 아래 퀴즈를 풀고 관련 뉴스를 읽어보세요.

솔로몬제도, 어떤 나라?

간단한 퀴즈로 더 알아봅시다

N

Q1 : 솔로몬제도를 발견한 스페인 선원 멘다냐가 이곳의 이름을 '솔로몬'이라 지은 까닭은?

정답 : 2번 사금이 많아 보물섬이라 믿고( 1568년 스페인의 항해가인 알바로 데 멘다냐가 이 섬에서 사금이 많은 것을 보고 보물섬이라고 믿었고 성서에 나오는 풍요의 왕인 솔로몬 의 이름을 따 솔로몬 제도로 이름을 지었다. )

Q2 : 솔로몬제도 현지인들이 즐겨먹는 빈랑나무 열매. 씹으면 입안이 빨개지는 이 열매의 이름은?

정답 : 3번 비틀너트( 솔로몬제도 현지인들은 씹으면 치아와 잇몸이 붉게 변하는 비틀너트를 기호식품으로 즐긴다. )

Q3 : 1950~60년대 솔로몬제도의 수도 호니아라에서 진행된 과거로의 회귀 운동. 현대적 삶을 살다가 원시생활로 돌아간 이 운동의 이름은?

정답 : 1번 모로 운동( 솔로몬제도의 일부 주민은 전기나 가스 등 문명의 이기를 받아들이지 않고 원시적 방식으로 자급자족해 살고 있다. 이들은 1950~60년대 모로운동을 통해 삶의 방식을 자발적으로 과거로 되돌이켰다. )

Q4 : 솔로몬제도의 공식 화폐는?

정답 : 3번 솔로몬제도 달러( 솔로몬제도의 공식화폐는 솔로몬제도달러다. )

Q5 : 솔로몬제도의 과달카날주와 말라이타주는 한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찌아찌아족과도 비슷한 한국과의 인연은 무엇일까요?

정답 : 2번 한글을 표기문자로 채택( 2012년 솔로몬제도 과달카날주와 말라이타주는 한글을 표기문자로 채택했다. 2013년 예산 부족으로 일시 중단됐다 이후 보급사업이 재개됐다. )

문제 중 문제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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