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EP는 중국에선 생산·조달하기 힘든 고성능 7~14㎚ 반도체를 구해 연구소 내 컴퓨터시스템 부품과 연구 소재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인텔의 '제온 골드(Xeon Gold)', 엔비디아의 '지포스 RTX(GeForceRTX)' 등은 게임기와 노트북에 두루 쓰이는 범용 반도체로 '중국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온라인상거래플랫폼 타오바오를 통해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다만 CAEP로 흘러 들어간 제품 중에 최근 2년 내 출시된 최첨단 반도체는 없었다.
이로 인해 미국 정부가 대(對) 중국 제재 수위는 높이면서, 관리는 부실하단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인공지능(AI)과 수퍼컴퓨터 등에 쓰이는 최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규제하는 등 중국에 대한 제재 강도를 높여왔다. 다른 국가들에도 함께할 것을 호소해 지난 27일에는 일본과 네덜란드도 수출 규제에 동참하기로 합의했다.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 일본의 니콘 등이 이에 따르게 된다.
케빈 울프 국제무역 전문 변호사는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반도체(2021년 기준 5560억 달러 규모, 약683조 원) 중 3분의 1 이상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규정을 집행하는 일은 극도로 어려운 일"이라고 우려했다. 현장에서도 불만이 나온다. "우리는 규정을 준수하고 있지만, 모든 것을 모니터링하기는 힘들다"(엔비디아), "유통업체와 고객도 규정을 지켜야 한다"(인텔)는 토로다.
CAEP는 1958년 베이징에 설립돼 중국 최초의 수소폭탄을 만드는 데 공을 세운 곳이다. 컴퓨터공학, 전기공학 등 여러 분야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1997년부터 이곳을 블랙리스트에 올려뒀으며, 2020년 6월부턴 반도체도 구입하지 못하도록 추가로 제재했다. 미 국방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핵탄두를 현재 400여 개 보유하고 있으며, 2035년까지 1500개 이상으로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