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의 날씨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수없이 계단을 오르내리던 연탄 배달 아저씨. 그들은 자신의 키보다 높은 등짐을 지고 행여 한 장이라도 떨어뜨릴세라 조심조심 계단을 오르내리곤 했다. 이 사진을 찍은 1979년 중림동은 아직 개발의 바람이 불지 않던 시절,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이웃끼리 다닥다닥 붙어 살던 정겨운 동네였다. 사진에서처럼 햇빛이 명암을 뚜렷하게 만드는 이쪽 달동네와 남산 아래 빌딩 숲으로 변해 가는 도심 사이는 사뭇 아슴푸레하고 멀다.
추억이 다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집집마다 연탄을 때던 그 시절 사회면 뉴스에서 ‘연탄가스로 일가족 사망’이란 기사를 보기가 어렵지 않았다. 대부분 허술한 서민의 단칸방에서 자주 일어나던 안타까운 사고였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서민의 애환이 담긴 연탄이 점차 석유와 도시가스에 밀려 사라진 지금, 연탄의 추억은 시인의 시로 남았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시인의 추궁은 시대를 넘어 겨울바람처럼 매섭다.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하얗고 푸석푸석해지도록 제 몸을 온전히 태운 후 재가 된 연탄을 괜한 심심풀이로 이리저리 차 버렸던 오래전 과오에 뜨끔했다. 아니다. 실은 타인을 따뜻하게 배려하지 못했던 자신의 삶을 들킨 기분이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아직도 따뜻함이 그리워지는 겨울의 한복판이다.
김녕만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