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동맥류 터질 확률 1%, 직경 10㎜ 넘으면 치료해야

중앙일보

입력 2023.01.14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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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러 가지 이슈들로 인해 국민의 뇌동맥류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뇌혈관은 다른 혈관들에 비해 크기도 작고 얇을 뿐 아니라 근육층이 덜 발달해 있다. 나이를 먹어가며 혈관의 탄력성이 줄고 담배, 고혈압, 이외의 다른 요인들이 더해져 상대적으로 얇은 뇌혈관벽 전체가 점차 부풀어 오르는 것이 뇌동맥류다. 뇌혈관은 부풀어 오르면서 더 얇아지는 부분이 발생하기 때문에 혈압이 순간적으로 오를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서 파열할 가능성이 다른 혈관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지주막하 출혈이라는 특수한 형태의 뇌출혈이 발생하는데 사망률도 약 45%로 높고, 살아난다고 해도 중증장애를 남기는 경우가 많아 예후도 상당히 안 좋다.
 
뇌동맥류 환자 중 13%만 치료받아
 
과거에는 뇌동맥류가 파열돼 극심한 두통이나 의식이 나빠진 상태로 응급실에 실려 오는 경우가 많았다. 파열성 뇌동맥류의 경우 대부분 환자가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한번 터진 뇌동맥류는 재출혈 위험성이 높고 재출혈 시 사망률이 더욱 높아진다. 따라서 가급적 빨리 다시 터지지 않게 수술적 치료를 하고 약물로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환자의 예후를 좋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많은 건강검진 및 진단기술의 발달로 비파열성 뇌동맥류로 진단받고 병원에 방문하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연히 발견된 비파열성 뇌동맥류도 향후 터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모두 다 치료를 해야 할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14만5000명 정도가 뇌동맥류 진단을 받았고 그중 약 1만9000명만 치료를 받았다. 진단받은 환자 중 13% 정도만 치료를 받은 것이다. 뇌동맥류를 진단받고 외래를 방문하는 환자를 보면 무서운 표정으로 설명을 듣고 나서 바로 치료하지 않으면 큰일나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는 경우가 꽤 있다. 하지만 통계를 보면 모든 환자를 다 치료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픽=양유정 yang.yujeong@joongang.co.kr

그럼 어떤 환자를 주로 치료하게 될까? 이를 위해선 비파열성 뇌동맥류의 자연 경과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비파열성 뇌동맥류가 터질 확률은 연간 약 1%다. 100명의 뇌동맥류 환자를 1년 동안 관찰했을 때 확률적으로 약 1명만 파열된다는 것이다. 단 모든 뇌동맥류를 포함했을 때의 결과다. 뇌동맥류라는 큰 진단명에 포함돼 있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각각 동맥류의 파열 확률은 다 다르다.
 
뇌동맥류 파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요인 중 제일 중요한 것은 동맥류의 크기다. 직경이 작은 경우(확실히 정해져 있진 않지만 국내의 경우 4~5㎜ 정도를 경계로 보는 경향이 있다) 파열 확률이 상당히 낮아지게 된다. 직경 10㎜ 이상의 경우 대동맥류, 25㎜가 넘어가면 거대동맥류라고 분류한다. 이런 경우 파열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알려져 대부분 치료를 시행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동맥류 발생 위치다. 뇌혈관은 꽤 복잡한 해부학적 구조를 갖고 있다. 그래서 비슷한 위치에 있는 것 같아도 위치에 따라 파열 확률이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교통 및 후교통 동맥은 크기가 작아도 파열 확률(평균 연 2~3%)이 높아져서 작은 동맥류라고 해도 좀 더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경향이 있다. 후방순환계에 위치한 동맥류도 좀 더 적극적으로 치료한다. 이에 비해 상상돌기 주변 동맥류는 파열 확률이 매우 낮다고 알려져 크기가 좀 커도 주로 추적관찰을 한다. 전맥락총 동맥, 중뇌동맥 등은 일반적인 파열 확률을 따른다.
 
동맥류 모양도 고려해야 한다. 매끈하고 둥근 모양인 경우 덜 위험한 반면, 길쭉하고 뾰족한 모양이거나 울퉁불퉁한 모양인 경우는 좀 더 위험하다. 또한 추적관찰 중 뇌동맥류의 모양이 변하거나 크기가 커진 경우도 치료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환자 요인도 치료에서 중요하다. 어떤 치료도 100% 안전한 것은 없다. 다시 말해 뇌동맥류 치료 역시 당연히 합병증 발생 확률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환자의 나이, 여명, 기저질환, 가족력 등을 충분히 고려했을 때 치료의 이점이 합병증 발생 가능성을 충분히 능가한다는 판단이 있을 때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담배 끊고 혈압 철저하게 관리해야
 
치료가 필요한 동맥류는 크게 ‘개두술’과 ‘뇌혈관 내 치료’로 치료한다. 뇌혈관 내 치료의 경우 사타구니 혈관을 통해 치료하기 때문에 상처가 없고 회복 기간이 짧다. 최근에는 고식적인 코일 색전술 이외에도 혈류변환 스텐트 및 웹(WEB)이라는 기구로 더 다양하고 안전하게 뇌혈관 내 치료를 시행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혈관 내 치료는 많은 경우 최소 2년 정도 항혈소판제제를 복용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또한 재발률이 개두술에 비해 높다.
 
개두술은 머리카락을 잘라야 하고 상처도 큰 데다 수술 후 관자놀이 부분이 함몰되는 등의 미용적인 문제도 있다. 뇌를 실제로 조작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환자들이 뇌혈관 내 치료보다 좀 꺼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수술적 치료도 발전해 최근에는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는 미니테리온 접근법이나 눈썹절개 수술법 등 절개부위를 최소화하는 최소침습 개두술을 시행하는 경우도 많다. 뇌혈관은 뇌와 뇌를 감싸는 뇌막 사이에 있기 때문에 뇌동맥류 수술의 경우 실제로는 뇌 손상 없이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많은 경우 장애 없이 완전히 회복되며, 잘 치료된 경우 재발률이 거의 없고 추가로 약을 복용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아쉽게도 뇌동맥류는 약물치료가 없다. 수술하지 않는다면 1~2년에 한 번씩 뇌혈관 영상검사로 추적관찰을 해야 한다. 추적관찰을 하던 중 크기가 커지거나 모양이 변한다면 치료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뇌동맥류의 위험요인은 담배와 고혈압이다. 따라서 뇌동맥류 환자의 경우 반드시 금연하고 고혈압이 있는 경우에는 고혈압약을 잘 복용하면서 철저하게 혈압을 관리해야 한다. 또한 치료하지 않기로 한 이상 일상생활이나 운동, 비행기 탑승 등을 제한할 필요는 없다. 뇌동맥류는 터진다면 아주 안 좋은 예후를 보일 확률이 높기 때문에 무서운 질환인 것은 맞다. 하지만 모든 비파열성 동맥류가 다 파열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여러 가지 요인들을 고려해 신중하게 치료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최재호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신경외과 교수.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뇌동맥류, 경막의 동정맥루, 뇌혈관기형, 모야모야병, 뇌경색 등 뇌혈관 질환이 전문분야다. 약 45개의 뇌혈관질환 관련 논문을 작성했으며, 그중 뇌동맥류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갖고 연구해 약 20개의 SCI 국제논문을 발표했다. 연간 약 100례 정도 뇌동맥류 관련 질환을 치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