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권도 'A매치 100회' 뛴다…센추리 클럽, 한국 첫 멤버는

중앙일보

입력 2022.12.05 15:02

수정 2022.12.0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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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앞)과 김영권. 둘 사이에는 센추리클럽이라는 교집합이 자리한다. 연합뉴스

축구국가대표팀 핵심 수비수 김영권(32)은 ‘기적의 사나이’라고 불린다. 세계적인 강호를 만날 때마다 결정적인 골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먼저 4년 전 러시아월드컵에선 독일을 상대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선제골을 넣어 2-0 완승을 이끌었다. 이른바 ‘카잔의 기적’이었다.

 
이번 카타르월드컵에서도 김영권의 발은 또 한 번 빛났다.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1-1 균형을 맞추는 동점골을 터뜨렸다. 여기에서 분위기를 바꾼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나온 황희찬의 결승골을 앞세워 극적인 역전승을 챙겼다. 카잔의 기적을 잇는 ‘카타르의 기적’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월드컵마다 손수 기적을 만든 김영권은 사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누구보다 조별리그 통과를 원했다. 16강 진출이 모두의 꿈이긴 하겠지만, 김영권에게만큼은 그 의미가 더욱 남달랐기 때문이다. 바로 ‘센추리클럽’ 가입이다.
 
카타르월드컵 직전까지 96차례의 A매치를 소화했던 김영권은 조별리그를 모두 뛰면서 숫자를 99경기로 늘렸다. 그리고 극적으로 16강 진출을 이끌면서 마침내 100번째 A매치의 발판을 놓았다.


김영권이 그토록 바란 센추리클럽은 A매치를 100회 이상 소화한 선수들의 명단을 뜻한다. 나라를 대표해 뛰는 축구인들에겐 명예 혹은 훈장과도 같은 상징적인 의미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국가별 명단을 직접 관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축구도 센추리클럽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긴다. 과거에는 A매치 기록 누락이 종종 있을 만큼 관심도가 낮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A매치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센추리클럽의 위상도 함께 올라갔다.

대한축구협회가 지난달 11일 열린 아이슬란드와 A매치에서 1970~1980년대 국가대표로 활약한 센추리클럽 회원 김호곤, 차범근, 조영증, 박성화, 허정무, 조광래(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에게 특별 공로패를 전달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한국축구에서 처음으로 센추리클럽 회원이 된 선수는 ‘갈색폭격기’ 차범근(69)이다. 1978 아르헨티나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으로 열렸던 1977년 6월 26일 홍콩전을 통해 100번째 A매치를 치렀다.
 
차범근이 포문을 연 한국축구 센추리클럽은 이후 시대별 전설을 추억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는다. 김호곤(71)과 조광래(68), 조영증(68), 허정무(67), 박성화(67) 등 1970~1980년대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빈 이들이 A매치 100회 고지를 밟으면서 센추리클럽의 폭이 넓어진다.
 
이 가운데 김호곤과 조영증, 박성화는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FIFA 공인 회원이 아니었지만, 과거 기록을 찾아낸 대한축구협회의 노력으로 2020년 7월 가입을 완료했다. 반면 올림픽 예선 기록이 FIFA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조광래와 허정무는 대한축구협회 공인 센추리클럽 회원으로만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6월 9일 열린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 2차예선 스리랑카전에서 유상철 감독을 추모하는 영상이 나오고 있다. 뉴스1

 
2002 한·일월드컵의 주역들도 센추리클럽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다. ‘황새’ 황선홍(54)과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53)를 비롯해 김태영(52), 이운재(49), 이영표(45), 박지성(41)이 모두 센추리클럽 회원이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고(故) 유상철의 이름도 빠지지 않는다.
 
뒤이어 이동국(43)과 기성용(33)이 명맥을 이은 센추리클럽의 가장 최근 가입자는 손흥민(30)이다. 올해 6월 7일 칠레와 평가전을 통해 역대 16번째 회원이 됐다. 특히 1-0으로 앞선 후반 환상적인 프리킥 골로 이를 자축해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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