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제는 이르면 5일부터 시행되며, EU 27개국뿐 아니라 미국·영국·일본·캐나다 등 비유럽 G7(주요 7개국)과 호주도 참여한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성명을 내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수입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방안일 뿐더러 글로벌 에너지 수급도 안정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상한액이 넘는 가격에 수출되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보험·운송 등 해상 서비스가 금지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원유 보험과 운송을 담당하는 주요 기업들이 주로 G7 소속이라 러시아가 상한액이 넘는 가격으로 원유를 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리는 이 상한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곧 대응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3일 밝혔다. 러시아는 "상한제가 적용된다면 올해부터 유럽은 러시아 석유 없이 살게 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은 바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 측은 "30달러까지 낮췄어야 했다"며 "기회를 놓쳐버렸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유가 상한제가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NYT는 "그 누구도 러시아가 석유 판매를 아예 중단해 공급이 줄어들고 인플레이션이 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만 알려줬다"고 보도했다. 적절한 합의점을 찾았다곤 하지만 "상한선이 현재 가격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WP)에 큰 타격은 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WP는 "러시아의 석유 생산 비용은 배럴당 20달러로 추산되는데, 상한가가 60달러라면 모스크바는 여전히 상당한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주류 정유사나 보험업계와 거래하지 않는 선단이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이미 국제 해운업계에서는 이란, 베네수엘라 등 서방 제재국과 거래하며 노후 유조선으로 운영되는 이른바 '그림자 선단'이 꾸려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어찌 됐든 러시아가 빠져나갈 방법은 있을 거란 얘기다.
EU가 러시아에 대한 제재안 중 하나로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도입 논의를 시작한 건 지난 9월이다. 그러나 상한선을 놓고 회원국들이 서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막판까지 애를 먹었다. 당초 65달러 선이 유력했으나 폴란드 등이 '배럴당 30달러 선은 돼야 러시아를 압박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그러나 유가가 너무 낮게 책정되면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