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지난 1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 자리에서 토마호크 구매 의향을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2027년까지 토마호크를 최대 500발 산다는 계획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을 토마호크 우선 수출국으로 염두에 두고 판매 절차에 착수하겠단 뜻을 드러냈다고 한다.
'방패'만 있던 日, '창'도 가진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으로 '평화헌법'에 따른 '전수방위(공격당할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 원칙을 지켜온 일본은 중국의 급부상,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등 안보 환경 변화를 이유로 '창과 방패를 모두 가진 나라'로의 큰 전환을 꾀하고 있다. 기시다 정부가 추진 중인 안보 3문서(국가안전보장전략·방위계획대강·중기방위력정비계획) 개정은 이런 안보 정책 변화를 공식화하는 신호탄이 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새 안보 전략의 핵심은 적 기지 등을 공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 확충이며 이를 위해서는 먼 거리의 목표물을 타격하는 장거리 미사일이 필요하다. 일본 자위대가 현재 보유한 주력 미사일인 자국산 '12식 지대함 유도탄'은 사정거리가 100~200㎞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장기적으로 장사정 미사일을 1000발 이상 갖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사일 배치 3단계 계획도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한 일본 정부의 장사정 미사일 배치계획에 따르면, 1단계로는 토마호크를 이지스함에 실어 오키나와(沖縄),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등을 포함한 난세이(南西) 제도 인근에 배치한다. 이후 2단계로 사정거리가 최대 2000㎞에 달하는 일본산 개량형 미사일을 후지산 인근에, 3단계로는 홋카이도(北海道) 지역에 사거리 약 3000㎞인 초음속 미사일을 배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일본은 일단 토마호크 500발 구매를 희망하고 있지만 수량은 미국의 생산 능력 등에 따라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미국은 토마호크 미사일의 판매 국가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현재까지 토마호크를 도입한 나라는 2014년 65발을 총 1억4000만 달러(약 1840억 원)에 산 영국뿐이다. 이후 미국은 호주에도 판매를 약속한 상태로, 일본이 구매하면 세 번째 나라가 된다.
기시다, "2027년 방위예산 GDP의 2%로"
2022년도 일본의 방위비는 5조4000억 엔(약 51조4000억 원)으로 GDP의 0.96% 수준이다. 현재 기준으로 GDP의 2%가 되면 약 11조 엔(약 104조 원)이다. 전 세계에서 연간 100조 원 이상의 방위비를 쓰는 나라는 2021년 기준 미국(7405억 달러)과 중국(1782억 달러)뿐으로, 5년 후에는 일본이 세계 3위의 방위비 지출국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