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에서 유출된 오·폐수나 빗물을 통해 톡소포자충이 바다로 들어갔고, 이 기생충에 긴부리돌고래가 감염됐을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하고 있다.
하와이 대학과 플로리다 대학 등 미국연구팀은 하와이 연안에 좌초한 고래류에서 톡소플라스마(Toxoplasma gondii) 기생충 감염 여부를 조사한 결과를 최근 '수생 생물 질병(Diseases of Aquatic Organisms)' 저널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37마리 중 2마리 감염 확인
논문에서 연구팀은 1997~2021년 사이 하와이에 좌초한 긴부리돌고래 37마리와 다른 고래류 18종(種) 51마리의 사체를 조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고래 사체에서 조직을 채취하고 중합 효소 연쇄반응(PCR) 방법을 사용해서 톡소포자충의 DNA가 존재하는지를 분석했다.
조사결과, 긴부리돌고래에서 채취한 212개 조직 시료 중 18개에서 톡소포자충 양성 반응이 나타났는데, 양성 반응은 모두 2마리에서 얻은 시료에서 나타났다.
긴부리돌고래 37마리 중 2015년 10월과 2019년 4월에 각각 회수된 것이 감염된 것이다.
나머지 다른 고래류에서는 톡소포자충 DNA가 검출되지 않았다.
감염되면 괴사·폐렴 등 증상
다른 바이러스 감염 등은 확인되지 않았고, 톡소포자충 감염이 이들 긴부리돌고래의 폐사 원인으로 지목됐다.
연구팀은 감염률이 5.4%이고, 폐사한 돌고래 회수율이 5%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지난 30년 동안 톡소포자충에 감염돼 폐사한 긴부리돌고래는 60마리에 이를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고래류가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사례는 1980년대 후반 하와이에서 보고됐고, 브라질과 뉴질랜드 연안에서도 돌고래 감염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연안에서는 해달이 감염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폭풍우가 닥친 후 강 하구 근처 홍합에 톡소포자충이 축적됐고, 이를 해달이 먹으면서 감염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연안에 접근하는 돌고래의 경우 하수 시스템, 빗물 배수, 담수 유출을 통해 바다에 들어간 기생충에 감염될 위험이 크고, 이로 인해 사망할 위험이 높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고양이 배설물로 오염된 육상 유출수나 하수처리장 배출수가 해양 환경에서 중요한 감염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감염 사례는 보고된 적 없어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이경리 연구사는 "국내 연안에서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조사하지 않아 국내에 없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연구사는 "해외 감염 사례를 보면 비교적 수온이 높은 해역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톡소포자충 감염 여부를 확인하려면 일반적인 부검과는 뇌 조직이나 혈청 등의 분석도 필요한데, 고래연구센터에서는 향후 이에 대한 조사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