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인 FTX의 피해 규모가 커진 배경으로 자체 발행 코인인 FTT를 통한 몸집 불리기가 꼽힌다. 자회사 등을 통한 자전 거래로 FTT의 몸값을 띄운 뒤 이를 토대로 추가 대출과 투자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자체 발행 코인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동안 금융당국과 국내 거래소는 자체 발행 코인에 따른 건전성 문제 등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소 등은 본인이나 본인의 특수 관계인이 발행한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의 매매·교환을 중개·알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국내 5대 암호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대표들은 FIU와의 간담회에서 “특금법에 따라 거래소 사업자의 자체 통화 발행이 제한되므로 FTX와 같은 사건은 국내에서 발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FIU는 은행과 실명 계좌 발급 계약을 한 국내 5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검사에서는 자체 발행 코인이 없는 것을 확인했지만, 아직 코인마켓거래소 등에 대한 검사는 진행하지 못한 상태다. 금융위 관계자는 “서면조사 등을 거친 뒤 현장검사를 통해 관련 의혹 등을 검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밖에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거래된 FTT 현황도 점검하고 있다. 암호화폐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거래소가 보유한 FTT의 총액은 20억원대 수준이다. FTT가 상장된 고팍스와 코인원, 코빗 등은 오는 26일 오후 6시 이후 FTT를 상장 폐지한다.
제네시스 트레이닝의 유동성 문제가 해결이 안 된 만큼 만기가 정해진 고정형 상품으로도 출금 지연 사태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는 24일 만기가 돌아오는 ‘BTC 고정 31일’의 원리금 상환 여부가 출금 지연 사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고파이의 누적 예치금은 4만5000BTC(비트코인)로 원화로 환산할 경우 1조원 규모다.
다만 현재는 대부분의 예치금이 빠져나가 실제 묶인 돈의 규모는 이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는 업계의 설명이다. 고팍스 관계자는 “고정형 상품의 경우 만기가 도래하지 않아 원리금 인출 여부 등을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 제네시스 트레이닝은 물론 고팍스의 2대 주주이자 제네시스 트레이닝의 모기업인 DCG 등의 고위직과도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출금 지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코인런(대량 인출 사태)’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고팍스와 고팍스에 실명계좌를 발급한 전북은행을 통해 시간 단위로 원화와 코인에 대한 입·출금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현재로써 유의미한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