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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FTX 또 악재…8700억 코인 사라지고, 창업자 도피설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 연합뉴스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 연합뉴스

초대형 암호화폐거래소 FTX발 악재가 연이어 터지며 투자자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FTX가 파산신청을 한 데 이어 8700억원어치 암호화폐가 사라지고, FTX 창업자는 도피했다는 소문까지 온라인 중심으로 퍼지고 있어서다.

FTX는 11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법 11조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FTX 창업자인 샘 뱅크먼-프리드 최고경영자(CEO)는 물러났다. 새 CEO로 선임된 존 J. 레이 3세가 파산 절차를 진행한다.

이번 파산신청은 암호화폐 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FTX가 법원에 제출한 파산신청서 등에 따르면 FTX 거래소와 130여개 계열사의 부채 규모는 최소 100억 달러(13조2000억원)에서 최대 500억 달러(66조2000억원) 수준이다. 채권자는 10만명이 넘는데 여기엔 FTX에 투자금을 예치하거나 이를 통해 암호화폐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도 포함됐다.

파산 신청 다음 날엔 8700억원어치 암호화폐가 유출되면서 ‘해킹’ 가능성이 제기됐다. 블룸버그는 13일(현지시간) “블록체인 분석회사 난센에 따르면 FTX 거래소에서 6억6200만 달러(약 8700억원) 규모의 암호화폐가 비정상적으로 유출됐다”고 보도했다. FTX 측은 “비정상적인 인출에 대해 조사 중”이라며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모든 디지털 자산을 인터넷과 연결되지 않은 전자지갑으로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FTX발 악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창업자 뱅크먼-프리드는 이번 사태의 진원지인 계열사 알라메다 리서치의 빚을 갚기 위해 FTX 거래소에 예치된 이용자의 돈 약 100억 달러(약 13조2000억원)를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FTX가 알라메다 리서치의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이용자의 돈을 쓴 걸 뱅크먼-프리드와 FTX의 몇몇 임원은 알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블룸버그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뱅크먼-프리드가 FTX 이용자의 자금을 잘못 관리했는지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전 CEO를 둘러싼 도피설 등 각종 루머도 나오고 있다. 로이터는 13일(현지시간) “뱅크먼-프리드가 현재 아르헨티나로 가서 잠적했다는 소문에 대해 그에게 물어본 결과, ‘아니다. (FTX 본사 소재지인) 바하마에 있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뱅크먼-프리드가 FTX의 파산 신청을 한 다음 날인 12일 바하마의 경찰 등 규제 당국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한때 거래량 기준으로 세계 3위였던 FTX의 몰락에 암호화폐 시장은 급속도로 위축됐다. FTX에서 코인런(대량 코인 인출 사태)이 발생하기 직전인 지난 5일 암호화폐 시장 전체의 시가총액은 1조576억 달러였는데 9일엔 7920억 달러 수준까지 약 25% 감소했다. 5일 종가 기준 2만1282 달러였던 비트코인 가격은 13일 오후 5시 기준 1만6740 달러로 하락했다. 다만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 기대감에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소폭 반등했다.

FTX사태가 암호화폐 업계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CEO 자오창펑은 12일(현지시간) “FTX의 파산이 마지막 위기가 아닐 것”이라며 “2008년 금융 위기 때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한 뒤 다른 투자은행들이 잇달아 파산했던 것처럼 곧 다른 암호화폐 회사의 실패를 알리는 뉴스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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