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난청이 있는데도 보청기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히어링허브 종로센터 최송(청각사) 원장은 “난청이 심한데도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다가 보청기 착용 시기를 놓치는 사람이 많고, 적절한 제품을 선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 원인”이라며 “특히 피팅이 정교하지 않아 말소리 변별력이 떨어지고 소리 울림, 귀 통증 같은 불편함 때문에 착용을 포기하는 사례가 흔하다”고 지적했다.
난청 유형·생활환경 고려해 선택
귀에서 왕왕 울리는 소리가 나고, TV 소리나 상대방의 말소리가 잘 안 들리는 등 일상에서 불편함을 느낄 땐 보청기 센터나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사람이 인지하는 주파수는 냉장고의 윙윙거리는 소음 같은 가장 낮은 대역에서부터 새소리와 같은 높은 대역까지 다양하다. 검사에서는 말소리 주파수 대역에서 발음·받침이 잘 안 들릴 수 있는 어음 대역의 청력 최대치(순음 청력검사)를 집중적으로 본다. 최 원장은 “검사를 하는 과정만으로도 힘들어하는 분들이 꽤 있다. 오랜 기간 난청에 익숙해져서 보청기를 꼈을 때 울림이나 큰소리에 적응을 잘 못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보청기를 써야 하는 난청일 땐 자신의 청력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난청 유형이 다양하고, 난청으로 어려움을 느끼는 생활환경이 각자 달라서다. 예컨대 대부분의 노인성 난청이 속하는 ‘감각신경성 난청’일 땐 신호대비잡음비(SNR)를 향상해 말소리에 집중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제품이 도움된다. 이명을 동반한 난청일 땐 이명을 차폐하는 소리를 발생시켜 뇌에서 이명 소리를 덜 탐지하도록 돕는 기능의 제품을 권한다. 최 원장은 “특히 이명이 조건반사 형태로 굳어지기 전에 이명의 주파수 대역을 찾아 이를 보완하는 소리를 들려주는 소리 재활 치료를 보청기 착용과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사회활동이 활발한 연령이면 착용 시 눈에 띄지 않는 초소형 타입이나 무선으로 스마트폰과 연동해 사용하는 제품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최 원장은 “보청기 종류는 300여 가지가 넘고, 제조사마다 고유 형태와 추구하는 소리가 있다”며 “부드러운 소리, 또는 원음에 가까운 생생함 등 특성이 다르므로 다양한 종류를 청음해 보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제품을 선택한 다음에는 정교한 피팅 과정을 거치는 것이 보청기 사용의 만족도를 좌우한다. 피팅은 보청기 착용의 기대 목표에 달성할 수 있게 기기의 주파수를 조절하면서 사용자가 보청기에 적응하도록 돕는 과정이다. 최 원장은 “보청기 대부분이 해외 제품이라서 기본적인 세팅값이 있다. 그래서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국내 사용자에게 적합한 공식을 적용해 소리를 조절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상음향환경서 주파수 맞춰야
가상음향환경은 식당·강당·회의실 등 생활공간음을 피팅실 상하부에 설치된 10개의 스피커를 통해 가상으로 구현한 것이다. 환자가 듣는 데 어려워하는 일상의 소음 환경을 만든 뒤 사용자에게 맞게 보청기 주파수를 조절한다. 일반적으로는 조용한 환경의 피팅실에서 보청기의 주파수를 조절한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일상의 실제 소음을 반영하지 못한다.
최 원장은 “자동차가 지나갈 때 말소리가 들리지 않아 불편한 경우 조용한 피팅 환경에서 자동차의 주파수 대역을 낮추면 그 당시에는 잘 들린다. 하지만 실제 생활환경의 소음 속에서는 듣는 것이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런 문제로 보청기의 효과를 못 느끼거나 불편해 보청기를 빼버리고 더는 착용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가상음향환경 피팅 시스템은 피팅실과 실제 사용 환경의 격차를 줄여 주파수를 맞추므로 실생활에서 불편함이 작다”고 설명했다.
보청기는 완제품이 아닌 반제품이다. 착용 후 평균 20회 이상 청각센터를 방문해 소리에 대한 관리를 받아야 한다. 최 원장은 “적절한 관리를 못 받으면 주변 소음이 있는 상황에서 말소리가 왜곡돼 들리거나 어음 이해력이 떨어진다”며 “한 곳에서 꾸준히 관리받으면서 자신의 청력이 지나온 기록을 알아두는 것도 도움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