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27개 회원국, 휘발유·경유차 2035년부터 판매 금지

중앙일보

입력 2022.10.29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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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17일 파리모터쇼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이 오는 2035년부터 디젤과 휘발유 등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의회와 EU 집행위원회, 회원국 대표들은 27일(현지시간) 자동차 제조사가 2035년 이후 판매하는 신차의 탄소 배출량을 100% 감축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에 합의했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신규 판매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한 것이다. EU 회원국들은 앞으로 각국 의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이번 협상을 주도한 얀 하위테마 유럽의회 의원은 “이번 결정은 EU의 거대한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라며 “무공해 신차 가격이 내려가면서 모든 사람이 더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란스 팀머만스 EU 집행위 부위원장도 “자동차 산업과 소비자에게 강력한 신호를 보내는 합의”라고 평가했다.
 
이번 합의에는 2030년까지 신차의 탄소 배출량을 2021년에 비해 55% 줄인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는 기존의 감축 목표치였던 37.5%보다 대폭 상향 조정된 것이다. 다만 연간 1만 대 미만을 생산하는 소규모 제조사는 2036년까지 판매가 허용돼 이른바 ‘슈퍼카’ 제조 업체는 일부 유예를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세계 최대의 무역 블록 중 하나인 EU의 이 같은 결정은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며 “EU는 다음달 초에 열릴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7) 정상회의에서도 기후 정책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현재 자동차와 관련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EU 전체 배출량의 12% 수준이다. 이를 줄이기 위한 이번 방안은 지난해 7월 처음 유럽에서 발의됐다. 유럽자동차산업협회(ACEA)를 중심으로 한 유럽의 자동차 업계가 강하게 반발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전기차 시대로의 본격 전환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독일 자동차 기업인 폭스바겐의 토마스 쉐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6일 유럽에서는 2033년부터 전기차만 생산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캘리포니아주 등이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유럽의회 보수파 의원인 옌스 기제케는 “신차 구매를 막으면 거리가 (더 나쁜 엔진을 쓰는) 오래된 자동차로 가득 차는 ‘하바나 효과’를 피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번 합의는 다른 기술 발전의 문을 닫고 모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는 실수”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독일 공영방송인 도이치벨레(DW)는 이번 합의에 이미 출고된 차량에 대한 규제는 담기지 않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