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 가디언은 23일(현지시간) 세계적인 건축가 모쉐 사프디(84)를 두고 이렇게 평가했다. 싱가포르의 랜드마크 마리나 샌즈 베이 리조트와 창이 공항을 설계한 건축 거장 사프디 역시 “70~80년대엔 내 아이디어가 무시당했다. 그리고 나는 그 대가를 치렀다”고 말했다. “나는 그 시대 주류였던 포스트 모더니즘을 적대시했다”면서다. 가디언이 최근 회고록 ‘벽이 말할 수 있다면’을 출간한 사프디를 만났다.
데뷔작에 "범죄 같다" 혹평
사프디는 영국령 팔레스타인의 하이파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염소를 키우고 벌 양봉을 하며 자랐던 그는 15살 때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워지자 캐나다로 이주했다. 필라델피아 출신 유명 건축가 루이스 칸의 사무실에서 몬트리올 엑스포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다. 그는 “25세 이민 1.5세대로 평생 건물을 설계할 기회는 없었다”며 “(기존의) 공공주택은 마치 새장에 갇힌, 영혼을 짓밟는 충격적인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국토부 장관은 급진성을 이유로 규모를 3분의1로 줄였고, 어떤 비평가는 “범죄 같은 극단적 건축”이라고 혹평했다.
그 작품이 바로 당시 엑스포의 히트작이었던 ‘해비타트 67’이다. 그 작품이 인기를 끌면서 사프디는 뉴스위크의 표지 모델이 됐고, 사프디는 그 모델이 세계적인 모델이 되기를 바랐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는 분쟁으로 황폐해진 예루살렘 마밀라 지구 등 이스라엘 프로젝트도 꾸준히 진행했다. 벤구리온 국제공항과 홀로코스트 기념관 등이다. 그는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은 나에게 큰 좌절과 고통을 야기한다”면서도 “그 국가에 대한 보이콧은 어리석은 실수”라고 지적했다.
비주류 맴돌다 걸작 탄생
가디언은 그의 이상을 실현한 ‘해비타트 67’과 싱가포르에서 상업적 성공을 관통하는 비결로 ‘건축과 자연의 조화’를 꼽았다. 비행기에 탑승하거나 공항에서 쇼핑하지 않더라도 창이 공항에 가면 그 공항의 정원과 폭포를 즐길 수 있는 대중성이 바로 그가 추구했던 원칙이다. 그는 한국인 며느리 사랑으로도 이름을 알렸다. 그는 11년 전 방한 당시 “며느리가 아들과 결혼할 때 한국에 꼭 가보겠노라고 약속했는데, 드디어 약속을 지키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계 캐나다인 배우 겸 극작가인 MJ 강이 그의 며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