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2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 중인 모 이브라힘. AP=연합뉴스
“아프리카 대륙에선 6억명이 전기도 없이 살고 있다. 에너지가 없다면 어떻게 교육, 병원, 사업, TV, 컴퓨터 등 개발을 생각할 수 있겠나. 이들은 에어컨도, 따뜻한 물이 필요한 수영장도, 큰 자동차도 없다. 아주 작은 공간을 밝힐 전구 두 개만 있으면 된다.”
‘아프리카의 통신 거인’으로 통하는 억만장자 기업인 모 이브라힘(76)이 17일(현지시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가스는 우리(아프리카)의 개발에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이들은) 위선자”라며 유럽 등 선진국을 비판했다. “선진국이 (기후변화를 이유로) 아프리카 국가들이 보유한 방대한 가스 시추를 막고 있다”면서다.
“가스 구하는 유럽, 어이 없어”
5월 12일 케냐 북부의 한 마을에서 물통을 끌고 우물에 가는 두 소녀. 모 이브라힘은 "아프리카 대륙에선 6억명이 전기도 없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이 문제는 다음 달 7일부터 이집트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27차 당사국 총회(COP27)의 핵심 의제인 ‘기후 정의’와 직결된다. 기후 정의는 과거 무분별한 개발을 해온 선진국이 기후변화로 자연재해를 당한 개발도상국을 지원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지난해 COP26에서 채택된 ‘글래스고 기후협약’에선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반대로 ‘손실 및 피해’에 대한 보상기금 문제가 빠졌다.
이브라힘 재단은 지난달 아프리카인들이 가스만 이용해 에너지 사용량을 3배로 늘릴 경우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량은 1% 미만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유럽 등 선진국은 기후위기를 이유로 아프리카 정부의 가스 시추를 반대해왔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러시아 연료 수입이 어려워지고 가스 가격이 급등하자 아프리카 가스 수입 쟁탈전에 나서고 있다.
이브라힘은 이에 대해 “(아프리카는 가스를 못 쓰게 하고) 유럽이 지금 가스를 구하려고 백방으로 뛰고 있는 것을 보면 어이가 없다”며 “우리는 왜 같은 선택권을 가질 수 없나. 우리는 같은 사람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는 모두를 위한 균형 있고 공정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프리카 시장 개척한 ‘통신 거인’
모 이브라힘이 2019년 5월 15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선한 기술' 써밋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브라힘은 수단 출신 영국인 기업가다. 수단에서 태어나 이집트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수단에서 전화 회사인 수단텔레콤에서 일하다가 영국에서 전자 및 전기 공학으로 석ㆍ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80년대 교수직을 그만두고 영국의 대형 통신사 브리티시텔레콤(BT)의 자회사에서 기술이사를 지내다가 89년 모바일 네트워크 설계 회사 MSI를 창업했다. 이후 98년 통신회사 ‘셀텔’을 창업해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외면했던 아프리카 통신 사업에 뛰어들어 6년 만에 13개국 530만 고객, 매출 6억1400만 달러(약 8761억원)를 달성했다.
그는 2005년 ‘셀텔’을 34억 달러에 매각한 뒤 이듬해 이브라힘 재단을 설립했다. 재단은 아프리카 공직 사회의 뇌물수수 문화를 근절하고 건전한 거버넌스를 촉진하기 위한 ‘이브라힘 아프리카 거버넌스 지수’(IIAG)를 만들었다. 2007년 제정한 ‘이브라힘상’은 국가 발전을 이룬 아프리카 국가지도자에게 10년간 500만 달러를, 그 이후엔 종신연금으로 연간 20만 달러를 지급하는 상으로, ‘아프리카판 노벨평화상’으로 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