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의료는 ‘선제적·맞춤형’ 치료로 압축된다. 환자마다 다른 유전적·환경적 요인, 질병 경력, 생활습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게 핵심이다. 예컨대 A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특정 질환에 걸렸다고 해보자. 기존 진료 방식으로는 해당 질환에 표준화된 치료제를 처방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를 보편적 의료라고 하면 정밀의료는 A유전자를 가진 환자가 B약물을 복용했을 때 가장 효과가 좋다는 점을 확인한 뒤 맞춤형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다. 이 경우 약물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 같은 질환이라도 환자에 따라 다른 특성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개인에게 맞는 치료법을 적용하는 만큼 치료 효과도 커질 수밖에 없다.
연간 400만 명 빅데이터 수집
현재 이들 병원은 PHIS에 탑재된 환자의 데이터와 유전체 정보를 연계해 일부 암 치료법을 선택하며 예후를 예측하고 있다. 그동안은 암 발병 부위에 따라 치료제를 선택했다면 앞으로는 암의 종류를 불문하고 개인 특성에 따라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훈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유전체 정보와 여러 임상 정보를 통합하는 알고리즘이 개발돼 병원정보시스템에 탑재되면 데이터 분석 기술도 더 스마트해지면서 AI를 통한 맞춤형 솔루션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이와 함께 PHIS의 보급률이 높아지면 암과 같은 중증 질환뿐 아니라 당뇨·고혈압 등 만성질환까지도 정밀의료 적용 범위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원은 향후 PHIS를 지방 중소병원까지 보급, 확산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병원 간 데이터 호환 쉬워져
둘째, 비용 절감 효과다. PHIS를 적용하면 의료 데이터가 클라우드에 저장돼 있기 때문에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이 줄어든다. 각 병원이 유기적으로 통합된 데이터를 사용함으로써 기존 시스템에 대한 유지·보수 비용도 절감된다. 공유경제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환자의 경우 중복 검사와 중복 처방을 방지할 수 있어 의료비를 줄일 수 있다.
관건은 데이터의 규모다. 정밀의료를 실현하려면 대규모 데이터가 필요하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전 정보다. 하지만 유전 정보를 얻으려면 환자가 별도의 유전자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PHIS 개발사업단장을 맡았던 이상헌 고려대안암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현재 환자가 PHIS를 통해 제공하는 정보는 나이와 질병 경력, 주요 증상 정도인데 이마저도 환자의 동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아직은 모든 정보가 부족한 상태고, 결국 유전자 검사율이 높아져야 정밀의료를 위한 핵심 빅데이터가 구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고려대의료원은 PHIS 보급 초기 국내 IT기업들과 공동으로 유전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