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통신과 요미우리신문은 23일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지난 21일 자정부터 22일 새벽까지 이틀에 걸쳐 이례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했다고 보도했다.
엔화는 올해 들어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서 달러 대비 30% 이상 가치가 하락했다. 지난 21일 오후 9시 40분경, 엔화는 1달러당 151.9엔을 기록했는데, 엔화가 이만큼 떨어진 것은 32년만의 일이었다. 시장에서 일본 정부가 시장 개입을 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151엔대를 찍은 지 2시간 반 만에 144엔대까지 엔화가치가 솟았다. 약 7엔에 달하는 엔화 변동이 있었는데, 일본 정부는 시장 개입 사실에 함구했다. NHK 등 일본 언론은 엔화 약세 제동을 걸기 위해 개입 사실을 밝히지 않은 '복면 개입'이라고 전했다.
호주를 방문 중이었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도 마찬가지였다. 외환 시장 개입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구체적으로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답을 피했다. 대신 “투기에 의한 과도한 변동은 용납할 수 없다”는 말만 남겼다.
30조원 풀었던 일본, 두 번째 개입 효과 '미지수'
이번 '복면개입' 효과에 대해서도 미국 금융시장 조사회사인 하이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칼 와인버그 대표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가 큰 데다, 일본의 무역수지가 적자상태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최근 일본 정부가 밝힌 무역 적자 규모는 약 105조원대로, 사상 최대다. 칼 와인버그 대표는 일본 경제가 침체해 있다는 점도 엔화 약세 배경으로 꼽았다. ‘시장 개입’이 아닌 일본 경제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올해 안에 ‘160엔대 온다’ 전망도
일본 경제평론가 가야 게이이치(加谷珪一)는 TV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일본 금리 차가 당분간 좁혀지지 않을 전망으로, 환율도 엔화 약세가 지속하기 쉬운 상황”이라면서 “지금 시장 기세로 볼 때 올해 안에 160엔에 도달해도 놀랍지 않다”고 전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