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먹통 사태 후폭풍
실제로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카카오톡 먹통 사태 이후 사용자가 급증했던 또 다른 모바일 메신저 앱 텔레그램의 DAU(하루 한 번 이상 이용자 수)는 카카오톡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특별한 하락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카카오톡 블랙아웃 직후 사용자가 급증했던 라인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존의 멀티호밍은 서로 보완적인 성격의 서로 다른 앱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메신저의 경우 카카오톡 보조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사용자가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멀티호밍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그렇다고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지위가 흔들릴 것 같지는 않다. 전 국민의 90%가량이 이용했던 만큼 ‘록인효과’(자물쇠 효과)가 워낙 강력하기 때문이다. 가령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다른 방법으로 개별 연락을 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생기는 탓에 개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카카오톡을 완전히 떠날 수 없다는 얘기다. 위 교수는 “플랫폼 장악의 위력은 생각보다 엄청나서 이용자들이 일시적으로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동시에 여러 서비스를 이용할 수는 있어도 판도가 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이번 사태로 다른 메신저를 설치한 이용자는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 인터페이스에도 적응해야 한다. 직장인 이지원(35)씨는 “친구들과 주말 모임에서 찍었던 사진과 동영상을 최근 카카오톡으로 다시 주고 받고 있다”며 “다른 앱은 기능을 새로 익혀야 해서 불편한 만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카카오톡을 다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전 국민의 생활 곳곳에 파고든 카카오의 영향력을 재확인했다는 시각이 적지 않지만, 카카오는 이번 사태로 플랫폼 독과점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칼날’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1일 “플랫폼에 특화된 제도 개선과 경쟁제한 행위 등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 등의 내용을 담은 ‘독과점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경쟁촉진방안’을 대통령실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는) 시장 내 경쟁압력이 없는 독점 플랫폼이 혁신 노력과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한 것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멀티호밍(Multi-homing)=여러 채의 집을 두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뜻으로, 이용자들이 다양한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멀티호밍이 나타나는 대표적인 산업으로는 신용카드업이 있다. 기술적으로는 인터넷의 노드, 사이트, 네트워크 등이 다중 IP주소를 사용해 다중 접속을 유지하는 기술을 지칭하기도 한다.
록인효과 (Lock-In Effect)=원래 술집이나 클럽 등에서 마감 시간이 지난 뒤에도 문을 닫고 손님들을 계속 머물게 해 충성고객을 만드는 것을 의미했으나, 최근에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나와도 소비자들이 여전히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에 머무르는 현상을 말한다.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로 옮겨갈 경우 전환비용이 부담돼 기존 제품과 서비스를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록인효과에 해당되며, 고착화 효과 또는 자물쇠 효과로도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