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PF 7000억 차환 실패, 사업비 시공단이 상환키로

중앙일보

입력 2022.10.22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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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레고랜드 자금경색 사태 후폭풍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와 최상위 신용도를 보유한 공사채마저 줄줄이 자금 조달에 실패했다. 21일 건설·증권업계에 따르면 BNK투자·한국투자증권 등은 28일 만기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차환에 실패했다. 증권사들은 기존 사업비 7000억원에 추가로 1250억원을 더해 8250억원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을 시도했지만, 투자자를 구하지 못했다.
 
둔촌주공은 1만2032가구로 탈바꿈하는 국내 재건축 사상 최대 규모 사업이다. 차환에 실패함에 따라 시공사업단인 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이날 자체 자금으로 사업비 7000억원을 상환하기로 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 후 자금 시장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며 “다들 투자를 선뜻 못 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신용도가 높은 공사채 시장도 투자 심리가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부산교통공사(AAA급)는 500억원어치 공사채 입찰에서 400억원의 주문을 받는 데 그쳐 발행을 포기했다. 한국전력공사(AAA) 채권도 2000억원의 모집 물량을 채우지 못해 발행에 실패했다. 앞서 국가철도공단(AAA급)·한국도로공사(AAA급)·인천교통공사(AAA급)는 300억~1500억원의 공사채를 발행하려고 했지만 수요를 채우지 못해 포기했다.
 
시장에서는 기관투자자들이 금리 인상 기조 속에 채권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실제 강원도 레고랜드 ABCP 사태로 채권시장 혼란이 확대되자 기관들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일찌감치 ‘북클로징(장부 마감)’에 돌입했다. 은행채 등 초우량 채권이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도 주요 요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기업 대출 부담이 커진 은행이 유동성 보강을 위해 은행채를 대량 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