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그린블랫 전 백악관 중동 특사는 CNN에 기고한 이 같은 제목의 칼럼에서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OPEC 회원국은 강력하며, 이들이 미국의 속국이 아님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5일 사우디와 러시아 등 OPEC+가 내달부터 석유 감산을 결정하자, 백악관과 민주당에선 "미국에 대한 적대적 행위이며, 사우디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편을 들기로 택했다는 명백한 신호"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린블랫은 이에 대해 "솔직하지 못하며 매우 정치적인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OPEC+의 결정은 분명 미국에 손해지만, 이 나라들이 그들만의 국익과 전략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우리는 그들에게 자신의 국가 번영 계획을 보류하고 귀중한 자산(석유)을 할인가에 팔라고 말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린블랫은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한 데는 무함마드 빈 살만(MBS) 사우디 왕세자와의 불화를 해소하지 못한 바이든 대통령에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린블랫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7월 MBS 왕세자와 첫 만남에서 직접 석유 증산을 요구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것을 비판했다. 그린블랫은 "바이든 대통령이 처음부터 사우디와의 관계를 지금과 다르게 풀어나갔다면 애초에 어떠한 제안도 필요치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MBS 왕세자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2019년 대선 토론회에서 당시 바이든 후보가 사우디 출신 반체제 언론인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MBS를 "국제적으로 왕따시키겠다"고 공언하면서 두 지도자 관계는 극도로 악화됐다.
그린블랫은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에도 사우디를 위협적 존재로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이제 와서 'OPEC+의 결정에 실망했다'는 백악관의 발언에 사우디와 UAE 등이 더 분노하고 실망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그린블랫은 민주당 일각에서 맞불성 발언으로 제기되는 사우디와 UAE 내 미군 전면 철수 요구도 비판했다. 그는 "이 같은 발언은 중동에 더 큰 불안정을 초래하고, 의심할 여지 없이 미국에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 국가와의 관계는 쌍방향이기에 미군이 주둔함으로써 우리도 상당한 이익을 얻고 있다"며 "자국보다 타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척 하지 말 것이며, 동시에 우리도 타국에게 우리의 이익을 우선시하라고 요구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