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文 부당해임 탓…인국공·LX '한 지붕 두 사장' 6억 낭비

중앙일보

입력 2022.09.30 12:18

수정 2022.09.30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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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계류장에 대한항공 여객기가 이륙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정부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국토정보공사(LX) 사장을 부당하게 해임한 탓에 약 6억원의 예산이 낭비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임된 사장들이 해임 취소소송에서 승소해 ‘한 지붕 두 사장’이 되는 바람에 발생한 중복 지급 임금과 소송비 등을 합한 액수다.
 
구본환 전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2019년 9월 태풍 부실 대응 등의 이유로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의 제청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해임됐다. 그러나 실제 이유는 인천공항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싸고 일어난 ‘불공정 논란’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라는 해석이 당시에 나왔다.
 
구 전 사장은 즉각 문 전 대통령을 상대로 해임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11월 승소했다. 재판부는 “증거가 부족해 해임처분이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구 전 사장은 판결에 따라 복직을 요구했고, 지난해 12월 복직했다. 문제는 구 전 상황이 해임된 이후인 지난해 2월부터 김경욱 신임 사장이 재직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결국 지난해 12월부터 구 전 사장의 임기 만료인 올해 4월까지 4개월간 구본환·김경욱 2명의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동시에 근무했다.
 
30일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실이 인천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구 전 사장에게 지급된 임금은 성과급과 해직 기간 미지급 임금을 포함해서 총 2억6758만원이다. 올해 근무 기간에 대한 성과급은 내년에 지급돼 지급 총액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한 건물에서 두 명의 사장이 같이 근무할 수 없어 구 전 사장은 따로 사무실을 임대했는데, 한 달에 315만원씩 총 1134만원의 임대료가 들어갔다. 인천공항공사가 해임처분 취소소송에 들인 비용도 3900만원이었다. 굳이 안 써도 됐을 예산 3억1792만원을 쓴 것이다. 여기에 카니발 차량과 수행기사도 두 사장에게 중복으로 지원됐다.


구본환 전 인천국제공항 사장. 연합뉴스

최창학 전 한국국토정보공사 사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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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학 전 LX 사장도 비슷한 사례다. 최 전 사장은 2020년 4월 해임됐다. 청와대 공직감찰관의 감찰 결과 새벽 운동을 나갈 때 수행비서와 운전기사를 동반한 사례가 발견되는 등 직원 상대로 ‘갑질’을 했다는 이유였다. 최 전 사장도 문 전 대통령을 상대로 해임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재판부는 “신분상 이익을 침해하는 처분임에도 행정 절차법상 사전 통지를 하거나 의견 제출 기회를 주지 않고, 처분 근거와 이유도 충분히 제시되지 않아 (해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최 전 사장은 판결 뒤 “권력에 도취한 오만하고 부도덕한 특정 세력이 자기들 마음대로 국정을 운영했다”며 현 정부를 비판했다.
 
최 전 사장은 지난해 3월 복직해 7월까지 4개월간 근무했다. 최 전 사장 역시 자신이 해임된 기간 임명된 김정열 신임 사장과 함께 ‘한 지붕 두 사장’으로 근무했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LX가 복직한 최 전 사장에게 지급한 임금은 2억3864만원(성과급, 미지급 임금 포함)이었다. 해임처분 취소소송에 들어간 비용도 5525만원 있었다. 총 2억9389만원이 불필요하게 지출된 것이다. 최 전 사장은 LX 서울지역본부 내 별도 집무실을 써서 사무실 비용은 따로 들지 않았다.
 

이종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중앙포토

이 의원은 “‘한 지붕 두 사장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최소 6억원의 예산이 낭비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사상 초유의 사태를 유발한 문 전 대통령에게 예산 낭비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하는 등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