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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X 이어 인국공도 '한 지붕 두 사장'....그런데 책임지는 이 없다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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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전문기자의 촉: 사장 해임과 책임

지난해 9월 정부의 해임 추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구본환 전 인국공 사장. [뉴스1]

지난해 9월 정부의 해임 추진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구본환 전 인국공 사장. [뉴스1]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에 대한 해임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구본환 전 인천국제공항(인국공) 사장이 곧 출근을 재개할 거란 소식입니다. 소송에서 이긴데 이어 해임처분 집행정지신청도 법원에서 인용됐다고 하는데요.

 이로써 구 전 사장으로서는 인국공에 다시 출근하기 위한 법적인 절차가 모두 완료된 셈입니다. 구 전 사장은 "인국공에 사무실 준비 등을 요청하고, 조만간 출근 재개 소식도 공식적으로 알릴 계획"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법원 판결과 결정까지 받은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출근하고 안 하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나로서는 명예회복의 목적도 있다"고도 했습니다. 구 전 사장의 남은 임기는 내년 4월까지입니다.

 조만간 구 전 사장이 다시 출근하게 되면 인국공은 사장이 두 명인 '한 지붕 두 사장' 체제가 됩니다. 한국국토정보공사(LX)에 이어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에서 두 번째 벌어지는 극히 드문 촌극인 셈인데요.

LX도 올 상반기 한 지붕 두 사장 체제를 겪었다. [출처 한국국토정보공사]

LX도 올 상반기 한 지붕 두 사장 체제를 겪었다. [출처 한국국토정보공사]

 앞서 최창학 전 LX 사장은 지난 3월 역시 대통령을 상대로 한 해임처분 취소소송에서 승소하면서 7월까지 잔여임기 동안 출근을 재개한 바 있습니다.

 당시 법원에선 반론권 미보장 등 해임의 절차적 하자를 들어 최 전 사장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해임 사유의 적절성을 따져볼 필요도 없이 절차적으로 너무 하자가 명백했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구 전 사장의 경우는 아예 국토부가 제시한 해임 사유를 법원이 모두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애초 해임할만한 사안이 아니었다는 판단인 셈인데요.

 판결문을 보면 심지어 재판부는 "설령 국토부가 제시한 해임사유대로 구 전 사장이 충실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더라도 해임처분은 그 비위 정도보다 원고가 입는 불이익이 너무 커 비례원칙에 위반된다"고 판결했습니다.

 해임 사유도 인정되지 않지만 만약 국토부가 제시한 사유를 모두 받아들인다고 가정하더라도 해임까지 할 수준은 아니라는 의미여서 국토부가 무리하게 해임을 추진했다는 게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LX와 인국공 사장 해임을 건의했던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LX와 인국공 사장 해임을 건의했던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입장이 난처해진 건 아마도 인국공일겁니다. 김경욱 현 사장은 물론 임직원들도 상당히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을텐데요. 인국공으로서는 초유의 사태이니까요. 실제로 LX에서도 최 전 사장의 출근 재개 이후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고 있지만, 누군가 잘못을 시인하거나 책임을 인정한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당시 두 사장의 해임은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이 건의했고, 최종 결재는 문재인 대통령이 했습니다.

 물론 아직 항소심이 남아 있으니 최종 결론이 난건 아니지만 적어도 이런 소동에 대한 유감 표명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게 책임 있는 자리에 있고, 또 있었던 인사의 자세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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