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모(38)씨는 지난해부터 코스닥에 상장된 스마트폰 부품사 크루셜텍에 투자했다. 지문인식 센서 모듈 시장이 확대될 거란 기대감에서다. 과거 2년 치 회계 감사의견도 '적정'이었다. 하지만 이 회사는 5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해 올해 초 상장폐지 심사 대상 기업으로 지정됐다. 이 씨는 "감사의견이 '적정'이어서 강조사항을 보고서도 그냥 지나친 게 화근이었다"고 후회했다. 이 회사 감사보고서 강조사항에는 "계속 기업으로 존속 능력이 불확실하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감사의견 '적정'이라고 재무 우량 기업 아냐"
하지만 감사의견은 회계 기준에 맞게 재무제표를 작성했는 지를 판단해 의견을 제시한 것일 뿐이다. 기준에 맞으면 적정, 아예 기준을 어겼으면 의견거절, 조금 어겼으면 한정 의견을 받는다고 이해하면 쉽다.
"감사보고서 강조사항에 '계속 기업 불확실성' 체크"
앤츠랩, '계속 기업 불확실' 상장사 33곳 조사…26곳 유동성 빨간불
조사 결과 이들 상장사 33곳 중 26곳은 올해 상반기에도 현금 유동성에 경고등이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 유동성 위기는 1년 안에 갚아야 할 빚(유동부채)이 같은 기간 내 현금화할 자산(유동자산)보다 많은 상황(유동비율 100% 미만)에서 온다. 단기 부채를 갚지 못하는 기업은 도산 가능성이 커지는데, 금리 인상기엔 특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
고금리·고유가·고환율에 항공사 특히 어려워
제주항공 역시 작년 말 588.1%였던 부채비율이 올해 상반기에는 863.5%까지 상승했다.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도 같은 기간 80%에서 59.9%로 악화했다. 1년 내 현금화할 자산이 갚아야 할 부채보다 더욱 줄었다는 의미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대학 명예교수는 "항공업체들은 외화 부채를 끌어다가 비행기를 장기로 빌려오기 때문에(장기 리스) 원화가치가 하락하면 부채가 더욱 늘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고금리에 고환율까지 덮치며 설상가상의 처지에 놓이는 셈.
조사 대상 기업 33곳 중 23곳은 부채비율이 20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 특정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한국은행은 부채비율 200% 이상 기업을 과다부채 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금감원 "'계속 기업 불확실' 기업 상폐 위기 확률, 6배 높아"
강대준 인사이트파트너스 회계사는 "감사인은 적자 누적, 과잉 부채, 채무 상환 불확실 등 재무제표는 적절히 작성했지만, 부실한 재무 상태를 확인하면 '계속 기업 불확실성'을 강조한다"며 "감사의견 뿐 아니라 이런 강조사항들이 자구 노력으로 해소될 수 있는 지 판단하고 투자해야 손실을 줄일 수 있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