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야
머지가 뭔데
PoW는 고성능 컴퓨터(채굴기)로 복잡한 수학문제를 풀어 블록(block·일종의 거래장부)을 만들어내면 보상으로 코인을 준다. 금을 캐내는 것에 비유돼 ‘채굴’이라 불린다. 그러나 연산을 푸는 과정에서 막대한 전기를 소모한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
하지만 PoS는 채굴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채굴 대신 코인 보유 비율에 따라 보상을 지급하는 것. 32이더(ETH) 이상 예치하면 검증인으로 블록 생성에 참여할 수 있다. 이더리움은 PoW 방식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PoS로의 전환을 준비해왔다.
이게 왜 중요해?
이더리움 재단에 따르면 이번 업그레이드를 통해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에너지 소비량을 기존보다 99.95% 감축할 수 있게 됐다. 부테린은 트위터를 통해 “전 세계 전기 소모량을 0.2% 감축할 수 있다”고 덧붙이기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투자지표로 삼는 기업·기관 등이 이더리움에 관심을 보일 수 있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② 기술적 진보: 업계에선 머지 업데이트를 두고 ‘휘발유 엔진을 단 자동차가 전속력으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도중, 차를 멈추지 않고 엔진을 전기모터·배터리로 교체한 것’에 비유한다.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규모가 큰 데다, 각종 암호화폐·대체불가토큰(NFT)·탈중앙화 금융(DeFi) 등이 돌아가고 있어 네트워크 작동방식을 교체하는 기술적 난도가 상당했기 때문.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 DSRV랩스의 김지윤 대표는 “이더리움이 작동되는 상태 그대로 업데이트를 진행한 것은 대단한 기술적 성과”라며 “특히 탈중앙화된 상태서 다양한 생태계 참여자들이 똘똘 뭉쳐 PoS로의 전환에 동참했다는 게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③ 부테린의 빅픽처: 이번 업그레이드가 이더리움 거래속도나 수수료 등에서 당장 체감할 만한 큰 변화를 가져오진 않는다. 하지만 블록체인 성능 개선의 토대를 다졌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행보. 이더리움은 확장성·탈중앙화·보안성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없다는 ‘블록체인 트릴레마’(Blockchain Trilemma) 문제를 겪어왔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세운 것이 바로 ‘이더리움2.0’.
머지 업그레이드는 이더리움 2.0을 위한 로드맵 중 가장 중요한 업그레이드로 여겨져 왔다. 조재우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이번 업그레이드에 대해 “이더리움2.0으로 향하는 첫 삽을 잘 떴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도 “머지가 이더리움이 가진 문제들을 즉시 해결하는 건 아니지만 수수료를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향후 업데이트를 위한 중요한 토대를 마련해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점은 없어?
앞으로는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빅스텝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많아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이 약세를 보이고 있어 이더리움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머지로 채굴 보상이 사라지면서, 코인 발행량이 기존 대비 90% 가량 줄어 장기적으로는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채굴은 위축: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에 이어 시총규모가 두번째로 큰 암호화폐다. 시총 300조원에 달하는 이더리움의 채굴이 전면 중단되면서 전체 채굴 산업도 위축될 전망. 전 세계 최대 이더리움 채굴 업체 ‘이더마인’도 14일(현지시간) 머지 이후 이더리움 채굴을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그래서 이더리움은: 머지 업그레이드는 마쳤지만, 이더리움이 ‘이더리움2.0’을 완성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머지 이후에도 이더리움은 ‘서지(Surge)’, ‘버지(Verge)’, ‘퍼지(Purge)’, ‘스프러지(Splurge)’ 등 네 단계 개선 작업을 더 거쳐야 한다. 모든 단계가 완료되기까지는 최소 2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업계에선 내년 예정된 서지 단계에서 도입될 ‘샤딩’에 주목한다. 네트워크 처리 용량을 늘리는 기술로, 샤딩이 도입되면 거래속도가 크게 빨라지고 확장성도 개선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