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이러한 사정을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다. 최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공공기관 이전만으로 수도권 과밀화 현상을 실질적으로 분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공감하면서도 그 대안으로 “젊은이들이 지방으로 가려면 결국 대기업이 내려가야 한다”며 민간 기업 이전을 제시했다. 이어 이 장관은 “20대 대기업의 본사나 공장,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주목을 끌 만한 주요 대학과 특목고를 함께 내려보내야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실효성에 대해 다소 의문이 드는 답변을 불쑥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정책들의 옳고 그름이나 효능을 평가하려는 것은 아니다. 지방행 기차를 타기 싫어하는 직장인들을 향해 이기적이라고 지적할 마음은 더더군다나 없다. 다만 수도권 대 지방 구도 속에서 인구와 일자리 나눠먹기식 정책만으로는 오늘날 직면한 지방 위기 문제를 더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이미 수도권과 지방은 체급과 체질이 달라질 대로 달라진 상태다. 사라져 가는 지방 도시를 획일적으로 확장하는 데 몰두하기보단 지방 군소도시들이 스스로 버틸 수 있는 새로운 도시 설계 정책이 필요한 시기다.
‘지방 시대’를 강조한 윤석열 정부에선 새로운 지방 정책을 경험할 수 있을까. 지난 14일 정부는 지방시대위원회 출범을 위한 특별법 입법을 예고했다. 기존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대한 각각의 근거 법령을 하나로 통합한다는 내용이다. 지방 문제를 국정과제로 삼으면서 지역 균형발전과 지방 분권을 아우르는 통합적 추진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지방시대위원회 기능은 여전히 대통령 자문위 역할에 그친다. 비수도권 지자체들 사이에서 이대로라면 균형발전 정책에 대한 추진 동력을 만들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국민 누구나 어디에 살든 공정한 기회를 누리고 골고루 잘 사는 지방 시대’를 내건 지방시대위원회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