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로스쿨 진학”…설립 취지 무색해진 외고
일부 졸업생들도 외고가 대학 입시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우려했다. 한 국제중‧외고 졸업생은 “학생들이 전공언어보다는 수능 공부에 더 집중했다”며 “외국어에 대한 관심보다는 상위권 대학을 가기 위해 외고에 입학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 졸업생은 “결국 외고 동창들 대부분이 로스쿨에 진학했다. 오히려 국제중 동창들은 이공계 분야로 유학을 간 친구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인재 양성 위해 필요” 반론도
한 외고 학부모는 “자녀가 외고에 재학 중이지만 인공지능(AI)에도 관심이 많다. 학교에서 배운 언어와 문화를 기반으로 어학이 아닌 다른 전공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비 부담 늘고 경쟁률은 떨어져
지난해부터 고교 무상교육이 시행되면서 외고와 일반고의 학비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2018년 기준 전국 사립외고 16개교의 학부모 부담금은 평균 1154만 원에 달했다. 지난해 사교육비 조사에서도 외고‧국제고 진학을 희망하는 중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58만6000원으로 일반고 진학을 희망하는 중학생의 평균 사교육비 37만7000원보다 약 1.5배 높았다.
학령인구 급감과 이공계 선호 현상으로 외고가 자연 폐지나 전환 수순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2022학년도 전국 30개 외고의 경쟁률은 0.98 대 1에 그쳤다. 이 중 17개 학교는 정원보다 지원자가 적어 미달했다. 올해 대원외고에 이어 대일외고와 한영외고도 내년부터 영어과 신입생을 뽑지 않기로 했다.
30년만 폐지 위기…역사 속으로 사라질까
외고 폐지에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고교 과정 전반에 걸쳐 외국어 교육의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외고는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명문대 진학을 위한 수단이 됐다”며 “과학고‧영재학교처럼 해당 전공계열 입학을 원칙으로 하면 누가 외고에 가겠나”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외국어 교육은 별도의 고교가 아니라 보편적으로 해야 한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학생들이 원하는 외국어 과목을 선택해 공부하는 것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연구소장은 “만 5세 취학은 반대 목소리가 컸지만 고교 서열화 해소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상당하다”며 “앞으로 여론을 수렴해야 하지만 이전 정부에서 외고의 일반고 전환에 찬성하는 여론이 높았기 때문에 현 정부가 반대로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