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기술 어디까지 왔나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는 자동차의 자율주행 기술을 6개 단계(레벨 0~5)로 분류한다. 그중 고속도로 등 특정 조건에서 운전자의 최소 개입(차선이 불분명하거나 기상이 악화한 등의 경우에만 운전자가 개입)만 필요로 하는 레벨 3부터 ‘완전 자동화’를 뜻하는 레벨 5까지가 자율주행차에 해당한다. 평상시 운전자가 자동차 운전대에서 손을 떼도 되는 진정한 자율주행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특정 조건에서 자동으로 차선과 간격 유지만 가능한, 운전자가 많은 시간 동안 운전대에 손을 대야 하는 레벨 2의 자율주행 기술이 국내외에서 일부 차종에 탑재된 바 있다.
레벨 3~4 수준 무인 택시도 시범 운행
시장 조사 업체 KPMG에 따르면 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는 2020년 71억 달러(약 9조3000억원)에서 2035년 1조 달러(약 1310조5000억원)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같은 기간 국내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 역시 1509억원에서 26조1794억원으로 연평균 40%대 성장이 예상된다. 국내 자동차 업계가 레벨 3 자율주행 기술 선점에 적극 뛰어든 이유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 6월부터 서울 강남·서초 등 일부 지역에서 향후 상용화를 염두에 둔 레벨 3~4 수준의 ‘로보라이드’(무인 택시) 시범 운행에도 나섰다. 레벨 4가 되면 대부분의 도로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해진다.
레벨 3 이상 자율주행 기술은 주변 차량 동선뿐 아니라 보행자의 다음 행동을 예측해 선제적으로 피하는 등 인공지능의 다양한 상황 분석·대응력을 필요로 한다. 이를 축적하려면 최대한 많은 보행자 패턴 데이터 수집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를 가능하도록 하는 개인정보보호법 전면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예컨대 현행법상 보행자의 얼굴이 그대로 들어간 영상으로는 연구를 진행할 수 없어 모자이크 처리해야 하는데, 그러면 보행자가 눈으로 자동차를 확인해 피하는 과정에 대한 데이터를 제대로 확보하기가 어렵다. 국내 기업이 정작 자율주행차 개발은 해외에서 하고 있는 것도 그래서라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미국 업체 앱티브와 합작한 법인 모셔널을 통해 미국 현지에서 주로 자율주행차를 개발 중이다. 모셔널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무인 택시 시범 서비스를 운영해왔고, 더 많은 양의 데이터 확보를 위해 내년부터는 다른 지역에서 무인 택시를 운행할 예정이다.
개인정보보호법 탓 데이터 수집 차질
반면 지난해까지 국내 자율주행차 시범 주행 거리는 72만 ㎞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시범 주행은 연구실 안에서 기술을 개발했을 때 놓치는 문제점을 확인하면서 진일보한 기술 개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첨병 역할을 한다”며 “한국도 자율주행차 시범 주행이 가능한 지역을 대폭 늘려 데이터 확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한국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2~3년 뒤처졌다”면서 “기술력 향상뿐 아니라 실제 도로에서의 자유로운 연구, 자율주행 관련 보험 체계 구축 등 다방면에서의 노력이 체계적으로 더해져야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편에선 자율주행차를 산업 활성화뿐 아니라 안전성 확보 측면에서 더 엄격한 잣대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레벨 3에 앞서 시장을 달군 레벨 2 자율주행 기술조차 아직 안전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 5월까지 미국에서만 총 392건의 교통사고가 레벨 2 자율주행으로 인해 발생했다. 자율주행 상태였는지 여부가 애매한 상황까지 더하면 실제 사고 건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NHTSA는 추정했다. 뉴욕타임스는 “운전자가 자율주행 기술을 맹신해서 긴장을 늦춰 사고가 난 경우도 많다”며 자율주행 기술의 안전성과 위험성에 대한 더 많은 분석이 선행돼야 하는 시점이라고 보도했다.
레벨 3 자율차 사고 나면, 운전자에게 책임 전가 가능성 커
자동차 운전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보험이다. 그러나 자율주행차의 경우 그간 마땅한 보험 관련 가이드라인이 없었다. 이에 최근 국토교통부와 현대차, 보험 업계와 손해보험협회 등은 ‘레벨 3’ 자율주행차의 첫 국내 출시를 앞두고 보험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서고 있다. 우선 국토부는 레벨 3의 자율주행차가 주행 중 사고가 날 때 경우의 수를 크게 넷으로 판단하기로 했다. ▶운전자가 주행하는 상황 ▶자율주행차가 주행하는 상황 ▶자율주행 시스템이 운전자에게 제어권을 전환하는 상황 ▶자율주행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상황별로 보험도 다르게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사고를 낸 주체가 운전자인지, 자율주행 시스템인지 등을 가려서 그에 맞게 적용한다는 얘기다. 이때 보험사는 사고 차량의 자율주행 시스템에 저장된 정보를 토대로 국토부가 주관하는 자율주행차 사고조사위원회에 분석을 요청, 그 결과에 맞게 보험금 지급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보험 업계는 레벨 3 자율주행차 보험 상품을 내부적으로 준비한 상태이지만 연말부터 실제 자율주행차가 출시되면 그에 맞춰 보험 상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예컨대 현재 내연기관차의 사고기록장치(EDR)도 차량 결함으로 추정되는 사고 발생 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지만, 국과수에서 뚜렷한 차량 문제를 밝혀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만큼 신뢰도가 높지 않다. 자율주행 시스템이 편집해서 내보내는 정보만 갖고도 차량 결함에 따른 사고인지를 제대로 가려낼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레벨 3의 자율주행차는 (레벨 4 이상과 달리) 운전자의 개입을 필요로 하는 만큼 사고가 발생하면 어떤 경우든 운전자에게 책임이 전가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운전자들이 불합리하게 떠안을 수 있는 보험의 문제를 최소화하려는 정부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상황별로 보험도 다르게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사고를 낸 주체가 운전자인지, 자율주행 시스템인지 등을 가려서 그에 맞게 적용한다는 얘기다. 이때 보험사는 사고 차량의 자율주행 시스템에 저장된 정보를 토대로 국토부가 주관하는 자율주행차 사고조사위원회에 분석을 요청, 그 결과에 맞게 보험금 지급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보험 업계는 레벨 3 자율주행차 보험 상품을 내부적으로 준비한 상태이지만 연말부터 실제 자율주행차가 출시되면 그에 맞춰 보험 상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예컨대 현재 내연기관차의 사고기록장치(EDR)도 차량 결함으로 추정되는 사고 발생 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지만, 국과수에서 뚜렷한 차량 문제를 밝혀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만큼 신뢰도가 높지 않다. 자율주행 시스템이 편집해서 내보내는 정보만 갖고도 차량 결함에 따른 사고인지를 제대로 가려낼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레벨 3의 자율주행차는 (레벨 4 이상과 달리) 운전자의 개입을 필요로 하는 만큼 사고가 발생하면 어떤 경우든 운전자에게 책임이 전가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운전자들이 불합리하게 떠안을 수 있는 보험의 문제를 최소화하려는 정부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