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패션 업체가 중국 내수 사업을 속속 정리하고 있다. 롯데는 중국에 하나 남아있던 백화점을 정리 중이고, 화장품·패션 업체도 하나둘 현지에서 철수하고 있다.
“사드 보복 조치 여파 여전”
롯데백화점은 2008년 중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이후 톈진과 웨이하이, 청두, 선양 등지로 지점을 확장했다. 그러나 2017년 시작된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조치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현지 매장을 정리해왔다.
상하이에 있는 롯데 중국 헤드쿼터(HQ) 법인 청산도 마무리 수순이다. 이곳은 중국에 진출한 롯데 계열사들을 지원하던 법인이다. 롯데 관계자는 “법인 사무실도 없고 인력도 철수한 상태”라고 말했다.
“제로 코로나19 정책도 악재”
실적도 하락세다. 아모레퍼시픽이 최근 발표한 2분기 실적에 따르면 중국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줄었다. 제로 코로나19 정책에 따라 상하이 등 주요 도시 봉쇄 조치로 생산, 물류 및 매장 운영이 제한된 영향이 컸다. 중국 토종 브랜드의 약진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궈차오’(애국 소비) 열풍도 원인으로 꼽힌다.
패션 브랜드 베이직하우스, 마인드브릿지 등을 보유한 TBH글로벌도 올해 들어 중국 내 법인과 상표권을 중국 현지 기업에 매각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한때 중국 내 1700개 매장을 운영했지만 사드, 코로나19 등을 겪으면서 결국 정리했다”고 말했다.
中 진출 기업 55.3% “사업 축소·중단 고려”
대(對)중국 수출 실적도 좋지 않다.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이날 ‘최근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 진단’ 보고서를 통해 “애국주의 성향을 띄는 중국의 20~30대를 중심으로 자국산 소비가 확산하면서 중국으로 화장품 수출이 11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특히 수출의 85%를 차지하는 기초화장품 수출이 20.6% 급감했다.
“새 생존 전략 모색해야”
아모레퍼시픽은 북미와 유럽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북미 시장은 2분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66% 늘었다. 설화수 등 주요 브랜드가 아마존 등 e커머스 채널에 입점하면서 호실적을 냈다. 유럽에서도 라네즈의 온라인 채널 다각화 등을 통해 매출이 15% 성장했다.
기업들이 기존 전략을 전환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선양무역관은 K뷰티와 관련해 “한국 기업들도 격변하는 중국 시장에서 현주소를 냉정하게 진단하고, 새로운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홍지상 무협 연구위원은 “현지 여건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맞춤형 수출 마케팅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