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원유(原乳) 가격 산정방식을 두고 정부와 낙농단체가 샅바 싸움을 이어가는 가운데 원유 가격 협상마저 막히면서 우윳값 갈등이 유가공 업체로까지 번지고 있다. 정부는 ‘원유 용도별 차등 가격제’를 도입하려고 하고, 유가공 업체가 이에 호응하자 낙농가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낙농가 1000여 명 “목장원유 가격 인상해야”
이들은 매일유업 등 유업체들이 지난 1일이 새 가격 적용일임에도 여전히 협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규탄했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매년 통계청의 축산물 생산비 조사가 발표된 이후 한 달 안에 이해 관계자들은 원유 가격을 조정하는 협상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그러나 매일유업 관계자는 “원유 가격 인상 협상은 개별 기업에 그치는 사항이 아니다”며 “(매일유업이 속한) 유가공협회는 (정부가 추진하는) 가격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협상에 참여한다는 입장이다. 현 상태로는 국내 낙농계가 공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가공 업체들 “제도 개선 우선해야”
정부가 추진하는 용도별 차등 가격제는 원유를 음용유(마시는 흰 우유)와 가공유로 나누고, 음용유 가격은 현 수준을 유지하되 가공유 가격은 낮추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가공 유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강화해 궁극적으로 우유 자급률을 높이려는 구상이다.
현재는 수요와 공급에 상관없이 낙농가의 생산비와 연동하는 ‘생산비 연동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유 가격이 계속 오른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값싼 외국산 수입도 급증하면서 우유 자급률은 지난해 기준으로 45.7%(유가공협회)로 하락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유제품 총수입량은 20만1734t에 이른다. 2026년에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수입 유제품에 붙던 관세가 사실상 철폐될 예정이어서 외국산 점유율은 더 올라갈 전망이다.
하지만 낙농가 단체인 한국낙농육우협회는 농가 소득이 감소할 수 있다며 정부안에 반발해왔다. 지난 1년간 논의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는 최근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협의를 진행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낙농육우협회와 제도 개편 논의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이런 와중에 원유 가격 협상도 진행되지 않자 낙농업계가 유업체들 앞에서 집회에 나선 것이다. 낙농업계 관계자는 “결국 유업체는 제도 개편을 빌미로 정부 뒤에 숨고 있는 셈”이라며 “하지만 현행 규정에 따라 (유가공 업계가) 원유 가격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