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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윳값 개편’ 협상 중단한 정부·낙농협회…우유 대란 오나

중앙일보

입력

지난 2월 한국낙농육우협회 회원과 전국 낙농인이 서울 여의도에서 개최한 결의대회에서 우유 반납을 선언하며 우유를 뒤집어 쓰고 있다. 뉴스1

지난 2월 한국낙농육우협회 회원과 전국 낙농인이 서울 여의도에서 개최한 결의대회에서 우유 반납을 선언하며 우유를 뒤집어 쓰고 있다. 뉴스1

정부가 한국낙농육우협회와 진행하고 있던 원유(原乳) 가격제도 개편 협의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원유는 우유와 유제품 등의 원재료를 말하는데, 정부는 새로운 원유 가격 체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농립축산식품부는 28일 “최근 낙농협회와 정부 간의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는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낙농협회와 협의를 진행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제도 개편과 원유 가격 결정을 위한 논의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원유 가격은 낙농가의 생산비와 연동해 오르내리는 ‘생산비 연동제’에 따라 정해진다. 이를 대신해 정부는 흰 우유용과 치즈 등 가공용 원유의 가격을 따로 조정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원유 가격이 우유 수요·공급과 상관없이 낙농가의 생산 비용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농식품부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은 가공유 시장으로의 진출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 개편”이라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낙농협회는 물론 농협·낙농가 등과 지속 협의하고, 설명회·간담회 등도 진행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낙농업계는 최근 사룟값이 급등하고 농가 부채 부담이 커진 점 등을 들어 제도 개편에 반대해 왔다.

반면 원유를 공급받아 가공해 우유·유제품을 생산하는 유업체는 정부가 도입하려는 용도별 차등가격제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흰 우유용 ‘음용유’ 가격은 지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공급받고, 치즈·아이스크림·분유 등을 위한 ‘가공유’는 현재보다 낮은 가격에 사들일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유업체는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도입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낙농계와의 원유 가격 협상에도 나서지 않고 있다.

정부의 “논의 중단” 선언으로 가격제도 개편과 별도로 이달 중 하려고 했던 원유 가격 협상도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정부와 협상이 불발되면서 낙농계가 ‘우유 반납’ 등 강경 투쟁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앞서 낙농협회는 정부와의 협의가 결렬되고 유업계가 협상을 거부할 경우 원유 납품을 거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농식품부는 이날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논의를 위해 현재 진행 중인 낙농가·농협·지방자치단체와의 간담회·설명회는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낙농협회와도 신뢰가 회복되면 즉시 논의를 재개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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