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신촌지구대를 찾은 윤 대통령은 “제가 연희동에 50년 가까이 살았잖아요. 되게 낯익어 여기가. 반갑네요, 정말”이라며 대화를 풀어갔다. 지구대장에게 치안 현황을 보고받은 윤 대통령은 “여기가 사건이 많은 파출소인데, 나도 학생 때 술 먹고 지나가다 보면 여기가 바글바글해. 여기서 정리가 안 된 사람은 서대문서 형사과로 보내잖아요”라며 “지구대가 옛날 파출소죠, 여기가 일이 엄청 많은 데인 걸 잘 알고 있어요. 고생 많아요”라고 말했다.
근무자가 입고 있던 외근 조끼를 보고 “외근 복장인가? 순찰할 때 입고?”라며 관심을 보인 윤 대통령은 “옛날에도 2층이 있었나” “요새는 한 번 나오면 몇 시간 근무하나”는 등의 질문을 이어갔다. 근무자들 휴가 일정을 묻던 윤 대통령은 지난주 강원도 강릉과 속초에 다녀왔다는 한 직원의 말에 “강릉과 속초도 시설이 잘 돼있어 외국 같더라. 강릉이 외가이기도 하지만 근무를 해봤는데 막국수를 잘하는 집이 참 많다”고 말했다.
이어진 비공개 환담에선 경찰을 격려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현장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있는 경찰관들 모습을 보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든든하다”며 “국민이 안심하고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제복 공무원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당당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제도와 처우를 개선해 나가는 데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겠다”고 덧붙였다.
신촌지구대 방문에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했다. 윤 대통령이 중대본 회의를 주재한 것은 처음으로, 다음주 휴가를 앞두고 코로나19가 재유행하는 상황을 점검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에서 “일상 회복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위중증과 사망을 최소화하는 게 이번 정부의 방역·의료 대응 목표”라고 밝힌 뒤 특히 전문가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국가 감염병 위기 대응 자문위원회’를 설치한 것을 언급한 윤 대통령은 “전문가들이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상황을 평가하고 꼭 필요한 부분에 필요한 만큼의 조치가 이뤄지는 ‘표적화된 정밀 방역’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전문가들이 직접 중대본 회의에 참석하고 의사 결정의 근거와 결과도 국민께 직접 설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치안 현장 방문과 마찬가지로 이날 중대본 회의 주재도 전날 추가로 공지된 일정이었다. 이날 윤 대통령이 두 건의 현장 일정을 소화하면서 통상 외부 일정이 없을 때면 매일 하다시피 한 도어스테핑(doorstepping·약식 문답)은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은 “‘내부 총질한 대표 물러나서 좋다’는 문자를 보낸 윤 대통령이 ‘도어’에서 사라져버렸다”고 꼬집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추가 일정을 공지하면서 “윤 대통령이 휴가를 떠나기 전 긴급하게 챙겨야 할 코로나와 치안 문제 등에 각별히 주문할 내용이 있어 마련된 행사로 오해가 없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