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국면은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행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한ㆍ미의 금리 상단(연 2.5%)은 같아지지만, 통화 긴축 고삐를 바짝 죈 Fed에 다시 역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한은이 올해 세 차례(8ㆍ10ㆍ11월) 금통위에서 최소 두 번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려 연말 금리가 연 2.75~3%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2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올해 연말 미국의 정책금리 상단(3.5%)과 비교하면 최대 0.75%포인트 차이가 난다.
“과거 역전기 해외 자금 유입”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13일 금통위 정례회의 직후 “과거에도 금리가 역전된 경우가 있었고, 단순히 (금리) 격차보다 자본ㆍ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한ㆍ미 금리가 역전됐던 3번의 시기에 외국인 자본(주식+채권)은 오히려 순유입됐다. LG경영연구원과 한은 통계 등에 따르면 1999년 6월~2001년 3월(174억 달러), 2005년 8월~2007년 8월(347억 달러), 2018년 3월~2020년 2월(165억4000만 달러) 등으로 모두 약 686억 달러 상당이 유입됐다. 다만 주식만 놓고 보면 두 번째 역전 시기인 2005년에 231억 달러, 세 번째 역전 시기인 2018년 53억7000만 달러 정도가 빠져나갔다.
“3고 덮친 현재는 침체 불씨 될 수도”
원화 약세가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증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관세청에 따르면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는 원화 약세에도 지난 4월부터 3개월 연속 적자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20일까지 81억 달러 적자를 기록해 4개월 연속 적자를 낼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급등과 원화값 하락으로 수입액은 많이 늘어난 반면 수출 증가율은 둔화한 영향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과거 금리 역전기엔 원자잿값 등 교역 환경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며 “무역수지 적자는 달러 유출로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면서 소비 심리까지 위축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 역전이 장기간 지속하면 자본 유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가 역전되면 바로 자본 유출로 이어진다고 보긴 어렵지만, 장기간 금리 격차가 0.75%포인트 이상 나면 리스크(위험)가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한국 국채를 산 외국인 투자자가 만기가 돌아오면 재투자하지 않고 수익률이 높은 미국으로 떠날 수 있다는 게 안 교수의 설명이다.
한은, 추가 빅스텝 가능성은 작아
한은은 이달 13일 기준금리를 1.75%에서 2.25%로 인상했다. 소비자 물가가 1년 전보다 6%로 치솟자 첫 빅스텝을 단행했다. 전문가들은 한미 기준금리 역전은 이미 예상했던 시나리오였던 만큼, 한은이 연속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한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대출금리가 뛰면서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경기가 침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도 지난 13일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당분간 금리를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금융권이 전망하는 연말 기준금리 수준(연 2.75~3%)에 대해 “합리적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의 긴축 속도나 보폭이 자칫 소비위축 등으로 급격한 경기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한미간의) 금리 격차는 물론 물가와 고용 등 경기 여건을 충분히 고려해서 통화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