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 덕에 신생 채널 ENA이 화제다. 지상파 3사와 종편 등이 넷플릭스·티빙·유튜브 등 각종 플랫폼과 경쟁하느라 고군분투하는 사이 개국한 지 3개월밖에 안 된 케이블 채널의 번호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단 하나의 콘텐트로 ‘무명’ 채널의 설움을 떨쳐냈다.
‘우영우 신드롬’에 ENA 시청률 16.8%
‘우영우’를 편성한 ENA는 KT 그룹 계열사 스카이TV가 운영하는 채널이다. 지난 4월 29일 기존 ‘스카이’에서 ‘ENA’로 채널명을 변경했다. ENA는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와 DNA의 합성어로, ‘엔터테인먼트 DNA’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가입한 인터넷TV(IPTV) 서비스에 따라, 1번, 40번, 45번, 58번, 997번 등 채널 번호가 달라 가정마다 혼선을 빚기도 했다.
KT, 콘텐트 기업 목표로 4000억원 투자
이번 ‘우영우’ 신드롬은 콘텐트가 좋으면 어디에서나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입증했다. 지상파나 케이블 등 기존 채널이 아니라서 오히려 천만다행이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드라마 몰입을 방해하는 간접 광고(PPL)가 없기 때문이다. ENA의 적극적인 홍보·마케팅도 한몫했다. 최근 버스, 지하철, 카카오택시 등에서 우영우 포스터와 음성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드라마 속 캐릭터의 인스타그램 계정도 만들어졌다. ENA는 법무법인 한바다 소속 정명석, 최수연, 권민우 변호사와 우영우 친구인 동그라미의 성향을 볼 수 있는 가상 계정의 피드 캡처 사진을 공개해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채널 영향력보다 콘텐트 중요해”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콘텐트 산업에서 소비자 직접 판매(D2C) 거래가 대세가 됐기 때문에 콘텐트 경쟁력만 있으면 송출 채널은 무의미해졌다”며 “우영우의 성공으로 ENA의 이름은 알렸어도, 다른 작품의 성공을 보장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우영우’를 돌풍에서 가장 마음 편하게 웃을 수 있는 측은 제작사 에이스토리다. 300억원이 들어간 대작 ‘지리산’의 부진으로 휘청거리던 주가가 회생했다. 에이스토리는 지난 6월 24일 1만6050원에서 최근 3만 원대로 한 달 만에 두 배 상승했다. K엔터에 투자하는 ETF도 상승세다. 이달(25일 기준)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Fn K-POP&미디어’는 15.8% 상승했다. ‘TIGER 미디어컨텐츠’와 ‘KODEX Fn웹툰&드라마’도 각각 13.2%, 11.7% 올랐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콘텐트 수급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경쟁력 있는 콘텐트 지식재산권(IP)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단순히 콘텐트를 제작만 하던 국내 업체들이 IP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비즈니스를 전환하면서 산업 잠재력이 향상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