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승 투수 시절 자신감 되찾은 두산 이영하

중앙일보

입력 2022.06.3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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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투수 이영하. [연합뉴스]

이영하(25)가 강해졌다. '17승 투수' 시절의 패기와 자신감을 되찾았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29일 "이영하가 잘 던졌다. 앞으로도 좋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에서 선발로 나선 이영하는 6이닝 4피안타 2사사구 3실점(2자책)했다. 1회 수비 실책이 나오면서 힘들게 출발했지만,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해냈다.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유독 좋지 않았던 사직구장 징크스(통산 평균자책점 6.62)를 이겨냈다.
 
이영하는 9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5이닝 2실점, 15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6과 3분의 2이닝 1실점, 21일 SSG 랜더스전에서 7이닝 1실점하며 모두 승리를 따냈다. 특히 SSG전에선 삼진 10개를 잡았고, 볼넷은 하나도 주지 않았다. 4월까지만 해도 시즌 평균자책점 6.23이었는데 4.13까지 내려와 3점대 진입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두산은 지난해 에이스였던 아리엘 미란다가 어깨 부상으로 이탈했다. 그러면서 선발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영하가 살아나지 않았다면 더욱 어려울 수 밖에 없었다. 김태형 감독이 이영하의 활약을 흐뭇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김태형 감독(가운데)와 포수 박세혁(왼쪽), 그리고 이영하. [연합뉴스]

 
공을 받는 포수 박세혁도 느낀다. 박세혁은 "영하가 요즘 자신있게 던지고 있다. 변화구로 타자를 유인하려는 생각보다는 몸쪽으로 과감한 승부를 잘 하고 있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고 출발하면 포수 입장에서도 볼 배합이 매우 편해진다. 앞으로도 더 좋아질 것 같다"고 했다. 권명철 투수코치의 조언을 통해 투구폼과 발 위치 등을 미세 조정한 것도 성공적이다.


이영하는 "공 자체는 시즌 초에도 좋았다. 제구 문제가 컸다. 제구 자신감이 없으면 구위도 나빠보인다. 안 맞으려고 하기보다는 타자와 빠른 승부를 내려고 한다. 스트라이크를 빠르게 잡으니까 결정구를 편하게 쓸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영하의 결정구는 슬라이더다. 최고 시속 150㎞가 넘는 포심 패스트볼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만든 뒤, 예리한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이끌어낸다. 상대 타자도 뻔히 알지만 당하는 '명품 구종'이었다. 3연속 슬라이더를 던져도 못 칠 때도 있었다. 2018년 10승을 거뒀고, 2019년엔 17승을 따냈다.
 
이영하는 "진짜 좋았을 때 슬라이더가 144㎞까지 나왔다. 사실 슬라이더는 구속보다 각이 중요하다"면서도 "최근엔 직구가 잘 들어가니 타자 입장에서는 비슷하게 떨어진다고 느끼는 것 같다. 결국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않으면 아무리 잘 떨어져도 속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두산 베어스 투수 이영하. [연합뉴스]

지난 2년간 이영하는 보직을 무려 세 번이나 바꿨다. 2020시즌 선발로 시작했으나 마무리로 이동했고, 이듬해 다시 선발로 돌아갔지만 또 구원투수로 돌아섰다. 구속과 구위 모두 저하됐다. 그래도 김태형 감독은 "영하가 해내야 한다"며 다시 선발로 낙점했다.
 
이영하는 이른 성공이 자신에게 독이 됐다는 걸 인정했다. 그는 "(승리가)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다. 너무 어릴 때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인지 다음 시즌엔 1승을 해도 별로 좋지 않았다. 갈 길이 너무 멀다고 생각했다"고 생각했다.
 
이영하는 "17승을 했으니 적어도 15승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전반기 5~6승을 거둬도 잘한 건데, 마음이 채워지지 않았다. 쫓기게 되고, 점수를 줄 때마다 '안 되는데'라며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돌이켰다.
 
2년 간의 경험은 이영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는 "지금은 다시 처음 선발 투수가 됐을 때처럼 마음을 잡다 보니 1승을 할 때마다 기분이 너무 좋다. '이만큼 해냈네'란 생각으로 하니, 부담감이 많이 사라졌다"고 했다.
 
이영하는 "시즌 전부터 몸이 좋다고 자주 얘기했다. 겨울 동안 잘 준비했고, 점점 준비한 게 경기력으로 나오고 있다"며 "다시 10승을 거둔다면 기분이 좋고, 마음은 뿌듯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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