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인근 일부 등산로 폐쇄 결정 주체는 문화재청
문화재청 등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등산로 폐쇄 결정은 법령에 근거를 둔 게 아니었다. 대통령 공약 사안인 청와대 개방과 맞물려 있는 인근 등산로 구간 설정은 ‘정책적 판단’과 ‘문화재청의 운영’에 따른다는 게 공식 설명이다.
문화재청의 권한은 ‘청와대’에서 출발한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23일 대통령실로부터 청와대 권역 및 시설 개방 등 관리 업무를 위임받았다. 인근 등산로 관리 업무도 함께 맡고 있다. 앞서 청와대 안팎을 관리해왔던 대통령실로부터 권한을 받은 것으로, 기존엔 경호처 등 대통령실이 청와대 인근 등산로를 통제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고 청와대를 개방하면서 통제의 권한 자체가 사라진 셈이다.
문화재청 “구성하기 나름”…헌재는 “예전처럼”
개방했던 등산로를 폐쇄해 통행을 막게 된 경위에 대해선 “엄밀히 따지면 (해당 구간이) 등산로라고 볼 수는 없다. 임시로 운영됐던 구간이다”는 설명이 앞섰다. 이어 “청와대가 처음으로 개방되는 것이고, 시뮬레이션 등 진행할 여건이 안 됐다. 개방 후 운영 과정에서 구간을 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헌재 측은 청와대 임시 개방 때까진 등산로 쪽 부지 사용을 허용했지만, 보안 이유로 불가피하게 폐쇄를 요청했단 입장이다. 사실상 헌재의 사적 부지 사용을 ‘협조’해 온 것이고, 기존부터 활용됐던 등산로를 새롭게 막은 건 아니란 취지다. 헌재 측 관계자는 “(청와대가) 상시 개방으로 전환되면서 보안상 어려움이 우려돼 예전처럼 (폐쇄)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해당 구간은) 원래 등산로로 제공됐던 곳도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들 두고 한 법조계 인사는 “국민의 통행 자유보다 국가기관이 더 우위에 있다는 식의 권위주의적인 구태(舊態)”라고 지적했다.
대통령도 나왔는데…국민보다 기관이 우선?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헌재는 보안상 잠재적 위험을 (폐쇄 요청) 이유로 들지만, 통제하지 못할 정도의 위험성이 있으리라곤 생각되지 않는다”며 “정부 방침에 따라 국민이 청와대 인근 등산로 이용이란 자유를 누렸는데 ‘전례’를 이유로 이를 막는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재라는 헌법기관이 구체적 법률 근거 대신 ‘관행’을 주장하는 건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이희정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국민이 오가는 등산로를 열었다가 (기관 요청으로) 다시 닫는단 건 청와대 개방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며 “제기된 우려 사항은 여러 대안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 가장 적극적인 대안은 공관을 옮기는 것이다”고 짚었다.
헌재 보안과 국민 기본권 양쪽을 비교했을 때 어느 쪽이 더 무게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단 의견도 있다. 법관 출신 변호사는 “통행 통제에 대한 법적 근거가 모호한 상황에서 헌재 보안을 이유로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는 게 과연 합당한지 판단해 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