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 내걸린 현수막에 적힌 문구다. 이 현수막은 경찰의 노조 격인 직장협의회(직협)가 제작한 것으로, 김창룡 경찰청장이 전날 내부망에 올린 글의 한 문구를 인용했다. 본청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경찰 직협은 행정안전부의 경찰 조직 통제 움직임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 청장은 이날 예정에 없었던 긴급 본청 간부회의를 소집했다.
입장문에 내부망 글에…안팎서 나오는 목소리
각지의 직협이 낸 입장문은 각기 다른 내용으로 구성됐지만, 주제는 공통됐다. 행안부의 경찰 통제 조짐에 반발하는 것이다. 각 직협은 ▶행안부 내 경찰국(경찰정책관실) 신설 철회 ▶국가경찰위원회·자치경찰위원회 권한 강화 ▶경찰 인사·예산·감찰·정책 자주적 권한 보장 등을 주장했다.
경찰 내부망에 올라온 각 입장문에는 “적극 지지하고 공감한다”는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재향경우회도 이날 “경찰 역사를 관통하는 핵심 가치인 정치적 중립과 국민에 의한 견제와 통제를 관치행정으로 변환하려는 시도에 대해 깊은 우려와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선의 한 간부급 경찰은 “보통 직협 등에서 목소리를 낼 때 형사·수사과 등에선 업무 과중으로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경우는 다르다”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행안부가)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게 조직 내 전반적인 공감대”라고 전했다.
자문위 案 곧 발표 전망…청장, 긴급회의 소집
김창룡 청장은 전날 내부망에 올린 글을 통해 “직에 연연하지 않고 역사에 당당한 청장이 되겠다”고 했지만, 내부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청장은 이날 오후 본청 국장급 이상 지휘부를 대상으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2시간가량 진행된 회의에선 그간의 자문위 논의 내용이 공유되고, 권고안에 대한 경찰 입장 및 대응 방안이 다뤄졌다고 한다. 중지가 모이면 권고안 발표 전에라도 행안부 측에 경찰 측 의견을 피력할 가능성도 있다. 경찰청은 권고안 내용에 따라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며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김 청장은 유로폴과의 MOU 체결 등을 위해 오는 19일부터 23일까지 유럽 출장이 예정돼 있었으나 이를 취소했다. 대신 윤희근 경찰청 차장 또는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이 출장을 가기로 했다. 취소 결정은 김 청장의 국외 출장이 권고안 대응 등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경찰 내 우려 의견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