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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권 견제' 고위직 추천위도 급물살…경찰 "권력 시녀" 반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찰권 견제안, 마무리 들어간 자문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방문해 김창룡 경찰청장의 안내를 받아 이동하고 있다.   이날 이 장관은 김창룡 경찰청장과 면담을 나눴다. [뉴스1]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방문해 김창룡 경찰청장의 안내를 받아 이동하고 있다. 이날 이 장관은 김창룡 경찰청장과 면담을 나눴다. [뉴스1]

경찰권 견제를 위한 정부의 제도 개선을 위한 ‘밑그림’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정부와 경찰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의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경찰 인사·예산 업무를 담당할 경찰국을 신설하고 경찰 고위직을 임명하기 위한 후보추천위원회까지 도입하기로 논의하면서다. 일선 경찰들은 이를 두고 “독재시대로의 역행”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15일 자문위 관계자에 따르면 자문위는 지난 5월 13일~6월 10일까지 총 4차례 회의를 마치고 현재 경찰권 견제를 위한 최종 권고안 정리작업에 들어갔다. 주요 내용은 ▶치안정책관실 격상을 통한 31년만의 경찰국 부활 ▶경찰청장·국가수사본부장·경찰 고위직(총경~치안정감)에 대한 후보추천위 설치 ▶행안부 장관의 경찰지휘·감독권 명문화 ▶경찰 견제 방안을 논의할 대통령 직속 경찰개혁위원회 구성 등이다.

법 대신 시행령 통한 ‘경찰지휘’ 명문화

그래픽=전유진 yuki@joongang.co.kr

그래픽=전유진 yuki@joongang.co.kr

행안부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이후 상대적으로 비대해진 경찰권을 통제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찰 고위직에 대한 후보추천위 신설 역시 같은 맥락이다. 국가경찰위원회의 동의를 받아 행안부 장관의 제청과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기존 형식에 외부 추천위원들의 추천·동의 절차까지 거칠 경우 경찰 인사 과정에서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문위는 법상 행안부 장관의 업무에 치안 사무가 배제된 점을 보완하기 위해 가칭 ‘경찰청지휘규칙(시행령)을 신설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이 경우 사실상 경찰국 역할을 하게 될 치안정책관실을 공식 조직화하는 것도 법 개정 없이 가능해진다. 행안부 장관 사무에 치안을 포함하려면 정부조직의 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현재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에선 난항이 예상돼 ‘우회로’를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警, “권력의 시녀될 것…경찰위 실질화가 우선”

지난해 3월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국수본 소속 직원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3월 2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국수본 소속 직원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이에 대한 경찰의 반발은 거세다. 전날 경남경찰 직장협의회가 24개 관서 회장 명의로 경찰국 신설 반대 성명을 낸 데 이어 15일엔 광주·전남경찰 직장협의회가 회장단 명의로 반대 입장을 냈다. “행안부의 경찰 통제 방안은 권력에 대한 경찰의 종속으로 귀결될 여지가 크다”며 “시민을 위해 봉사해야 할 경찰이 오히려 시민을 억압하는 권력의 시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경찰은 행안부가 경찰국 신설안을 철회하는 대신 경찰의 심의·의결기구인 국가경찰위원회의 기능을 실질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찰위가 이미 공무원 부패방지, 인권보호와 관련한 경찰의 운영·개선 등 업무를 맡은 데다 위원 역시 행안부 장관이 제청하는 만큼 위원회를 상설기구화하는 등 기능을 강화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경찰위가 사실상 경찰 내부조직처럼 운영될 수 있어 자정 기능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치안본부 시절 폐해 기억해야” 내부 비판도

행안부 장관의 치안 사무를 명문화하기 위해 법 대신 시행령을 이용하는 방안에 대해선 자문위 내에서도 부정적 의견이 나온다. 한 자문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시행령으로 직제를 개편, 경찰 인사·사무에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해도 결국 상위법에 저촉될 수 있다”며 “여러 대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국회의 검증을 거치지 않으면 기관 간 갈등 등으로 번지고 결국 사회적 비용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대통령-내무부장관-치안본부(경찰)’로 이어지는 일원적 명령체계의 폐해 때문에 행안부 장관의 사무에 치안이 빠지고 경찰청이 외청으로 독립한 것”이라며 “경찰권을 통제해야 한다는 데 대해선 공감대가 있지만, 헌법상 명시된 경찰 중립을 보장하기 위해선 역사적인 배경도 무시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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