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배우는 생존 이치
발품을 팔다 보니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다. 두 가지가 흥미로웠다. 먼저 눈에 띈 건, 독특한 역발상이었다. 이곳의 핵심역량이라 할 만한 것이 불안과 공포인 까닭이다. 이곳은 모든 사람들이 부정적으로만 여기는 불안과 공포를 재미와 스릴로 만들어 사람들 스스로, 그것도 돈까지 내면서 들어가게 한다. 오금이 저리다 못해 머리털이 주뼛 서고 비명까지 질러야 하는 위험천만한 곳으로 말이다. 더구나 웃고 떠들고 줄까지 서면서! 다른 곳에서는 거의 무조건이다시피 꺼리는 사람들을 어떻게 ‘용기백배’ 하게 만드는 걸까? 의외로 방법은 간단하다. 적당한 수준의 불안과 공포를 제공하는 것이다. 무섭고 위험하기는 하지만 끝이 있고 안전하니 사람들은 용기를 낸다. 담력 시합까지 하면서 말이다.
각각의 놀이 기구를 품은 전체 공간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말이지 곳곳에 ‘숨은 그림들’이 배치돼 있었다.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주는 커다란 입구를 들어서면 널찍한 도로와 도로 주변의 알록달록한 가게들이 뭔가 즐거운 일이 곧 일어나리라는 걸 암시한다. 걸어가면 계속 변하는 공간과 풍경은 새로운 공간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게 하고, 그러는 동안 ‘와, 저기 한 번 가보고 싶은데?’ 이런 생각이 드는 것들을 랜드마크처럼 보여준다. 또 모퉁이를 돌면 거의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생각지 못한 것들이 있다. 무엇보다 내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금방 알 수 있어 헤맬 필요도 없고 그래서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놀이기구에 가득한 불안과 공포를 밖에선 조금도 느낄 수 없는 공간 배치다.
다양한 심리학 연구들이 말하듯, 참신함은 낯섦과 익숙함이 조화될 때 생긴다. 너무 낯선 환경으로 갑자기 끌고 가거나 등 떠밀지 말고, 놀이 기구처럼 수위를 맞춰주어야 하는 것이다. 제대로 잘 가고 있다는 이정표와 가야 할 곳인 랜드마크 같은 비전을 수시로 제시해서, 구성원 스스로 어디서 와서,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철학의 명제가 이 세 가지인 것은 인간이 가장 알고 싶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뭔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랜드마크 같은 비전을 ‘잊을 만할 때마다’ 제시하는 게 갈수록 필요해지고 있다. 잭 웰치가 일찌감치 얘기했던 것처럼 “입에 재갈을 물리고 싶어 할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왜 열심히 일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계속, 다양하게 보여야 한다. 인간은 시각을 기본 감각으로 하고 있어 두 눈으로 봐야 믿고, 믿어야 행동하기 때문이다. 알아듣게끔 잘 말했으니 다 이해했을 거라는 식으로 하는 리더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힐 가능성이 크고, 답답함이나 조급함에 잔소리처럼 자기 얘기만 하면 불신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어느 정도의 불안과 공포를 감수해야 한다는 건 구성원들도 잘 안다. 중요한 건, 이들이 감수해도 괜찮다 싶을 정도로 이것들을 ‘설계’하고 조절하는 것이다. 웃고 떠들고 줄까지 서게 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는 가능할 테니 말이다. 아마 앞으로는 이런 환경을 잘 설계하는 ‘테마파크형 리더’가 각광받을 것이다. 인간은 그 어느 생명체보다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잘 알아보고 적응하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아드레날린을 마음껏 내뿜으며 살아있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느끼고 싶어 하는 게 우리 인간 아닌가? 조직을 이끄는 문제로 머리가 아프다면, 바람도 쐴 겸 근처 테마파크를 한 번쯤 가보길 바란다. 불안을 설렘으로, 공포를 스릴로 전환할 수 있다면 하루하루가 즐거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