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아이가 커갈 때 가정뿐 아니라 사회적 환경이 제대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미다. ‘보통의 아이’는 또래와 뛰놀며 사회성을 키우고, 학교에선 정규 교육을 받으며 신체적 성장과 정신적 성숙을 도모한다. 그런데 이 같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 있다. 병원에서 소아암·뇌전증 등으로 장기간 입원·통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어린이가 그 예다.
이들은 또래와 어울리기도 힘든 데다 장기간 결석으로 학습에 뒤처지고 유급되기 일쑤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고려대안산병원이 지난 4일 원내 6층에 ‘유경 꿈이룸 학교’를 개교해 주목을 받는다. 아파서 오랫동안 학교에 가지 못하는 초등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병원이 나선 것이다.
‘유경 꿈이룸 학교’는 고려대안산병원이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인가를, 유경재단의 지원을 받아 경기도 남부 지역 최초로 설립한 ‘병원학교’다. 병원학교란 만성 질병을 치료하느라 3개월 이상 학교에 출석하지 못하는 ‘건강장애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병원이 운영하는 학교다. 현재 전국에서 운영되는 병원학교는 36곳으로, 그중 25%(9곳)가 서울에 쏠려 있다. 기존 경기도에 있던 두 곳마저 북부에 몰려 있어 남부 지역에서 입원 치료를 받는 아이는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했다. ‘유경 꿈이룸 학교’의 1대 학교장인 고려대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최병민 교수는 “소아암 환아의 공통된 꿈이 친구들과 수업을 듣는 것”이라며 “유경 꿈이룸 학교는 또래 환아들과 수업을 들으면서 치료로 지친 마음을 회복하고, 치료 후 소속 학교에 성공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화했다”고 밝혔다.
오전엔 수업 받고 오후엔 치료
이곳에선 악기 연주, 공예, 드로잉 등 창의적 체험활동과 성·인권·안전·환경 교육 등 범교과 과정도 개설했다. 또 소속 학교 학우를 병원학교에 초대해 체험활동을 같이 하거나 반 소식을 전해주는 ‘또래 도우미 정하기’ 등 학교 복귀 프로그램도 구성했다. 이 학교는 특수교사 1인당 수용할 수 있는 최대 정원인 5명을 대상으로 운영하며, 현재 소아암 환아 4명이 입교해 수업을 받고 있다. 정신 질환 병력이 있는 학생을 위한 수업도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다. 최 교수는 “헌법 제31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며 “몸이 아픈 아이도 동등하게 수업받고 개성·소질을 키울 수 있도록 섬세한 커리큘럼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인 가족 건강관리도 지원
앞서 이 병원은 2016년 의료계 첫 다문화 지원센터인 ‘로제타홀 센터’를 개소하고, 한국어에 서툰 외국인 환자를 위해 의료 통역 서비스뿐 아니라 한국에서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직업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해 왔다. 2017년부터는 안산시 다문화가족 지원센터로부터 매년 대상을 추천받아 이 병원 건진센터에서 건강검진 비용 전액을 지원한다. 최 교수는 “고려대 의대는 민족과 박애정신이라는 건학이념에 따라 의료 사각지대 위주로 병원을 건립했다”며 “앞으로도 고려대안산병원은 의료 취약계층의 의료 사각지대를 없애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