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매너 중요, 시간 끌거나 동반자 속이지 말아야

중앙일보

입력 2022.05.28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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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욱의 진심골프

골프 매너 중요

지구상의 수많은 스포츠 중에 골프만큼 매너를 강조하는 스포츠가 있을까. 라운드 후에 누군가의 매너에 대해 평가하는 골퍼들의 이야기는 참 익숙한 대화다. 어느 골퍼를 평가할 때 “골프 잘 해. 매너도 좋고”라고 하지 않는가. 매너는 골퍼 곁에서 골프 스코어와 함께 평판으로 따라다닌다.
 
왜 유독 골프가 매너 혹은 에티켓이 강조될까? 골프는 영국 젠틀맨들의 스포츠다. 젠틀맨이란 귀족처럼 세습되지는 않지만 학력과 재력이 상당한 상류층이다. 상류층들은 그들만의 스포츠를 차별화하는 방법으로 엄격한 드레스코드와 같은 에티켓을 강조했다.
 
클럽은 누구나 입회할 수 없었고 매너 역시 중시됐다. 오죽하면 스코틀랜드 속담에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데에는 3시간의 라운드면 충분하다’는 게 있을까. 골프가 매너의 스포츠인 이유는 심판이 없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규칙은 오랫동안 다듬어져서 정교하다. 하지만 심판 없는 경기에서 지켜야 할 것들은 매 순간순간 찾아온다. 스스로 스코어를 만들어 내는 지극히 개인적인 운동이지만 3명 혹은 4명이 한조를 이뤄서 플레이를 하는 점도 매너가 강조될 수밖에 없는 요소다. 이 때 필요한 것이 상식에 기초한 배려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매너있는 골퍼가 되길 원한다. 어쩌면 스스로 그렇게 착각하고 플레이를 할 지도 모른다. 매너란 상대적인 것이고 본인에게만 유독 관대한 골퍼는 스스로의 매너 점수에 대해 지나치게 높은 점수를 매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골퍼들은 궁금하다. 내가 좋은 골퍼인지 나쁜 골퍼인지. 그래서 골프 매너지수를 만들어 보았다. 많은 항목들이 있겠지만 10개의 항목을 정했다. 매 항목 스스로에게 질문하면서 ‘매우 그렇다’ ‘그렇다’ ‘보통이다’ ‘그렇지 않다’ ‘매우 그렇지 않다’의 다섯 개 척도에 답해보자. ‘매우 그렇다’를 5점으로 ‘매우 그렇지 않다’는 1점이 된다.
  
1  동반자를 기다리게 하지 않는다.
 
골프는 약속의 연속이다. 일단 카풀 약속이 있다. 어디서 만나자. 혹은 가는 길이니까 집으로 와서 같이 가자. 이때 차를 기다리게 하지 말자. “도착하면 연락해, 나갈게”보다는 미리 나가서 기다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이나 골프장 근처 식당에서의 라운드 전 식사 약속 시간도 마찬가지다. 스타트에 먼저 나와서 기다리는가. 아니면 누군가를 기다리게 하는가. 늘 늦게 나와서 전화를 하게 만드는 골퍼도 있다. 전반 9홀을 마치고 그늘집에서 쉬고 나서 카트로 올 때도 마찬가지다. ‘절대 기다리게 하지 않는다’에 5점, ‘늘 기다리게 한다’에 1점을 매겨보자.
  
2  슬로우 플레이 지적을 받아본 적이 없다.
 
한번이라도 “넌 좀 느린 거 같아”라는 지적을 받았다면 슬로우 플레이어일 가능성이 높다. 혹시 내가 슬로우 플레이어인지 궁금해서 동반자나 지인에게 “나 좀 느린가?”라고 물어봤을 때 “니가 루틴이 짧지는 않지” 정도의 완곡한 대답으로 돌아왔다면 역시 슬로우 플레이에 가까울 수 있다. ‘누구보다 루틴이 짧고 빠르다’면 5점, ‘많이 느리다’면 1점을 매겨보자.
 
3  하기 싫다는 돈내기를 강요한 적이 없다.
 
가끔 동반자의 의견과는 상관없이 돈내기를 하자는 골퍼가 있다. 게임을 안 하면 무슨 재미로 치냐면서, 내기를 해야 긴장감도 생기고 실력이 는다는 주장을 펼치며, 이제 갓 시작한 골린이와도 내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골프의 매너 중 가장 중요한 덕목이 바로 동반자의 의견을 물어보는 것이다. ‘절대 강요한 적이 없다’면 5점을 더해보자.
  
4  동반자를 향해 빈스윙을 한 적이 없다.
 
누군가 나를 향해 빈스윙을 한다. 일단 기분이 몹시 나쁘다. 빈총 맞으면 3년 재수없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가끔 돌이나 모래가 튈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는 골프채를 놓칠 수도 있다. 골프채가 휘둘러지며 내는 소리는 앞에 있는 사람의 등골을 오싹하기에 충분히 위협적이다. 비매너이기도 하지만 무척 위험한 행동이다. ‘절대 그런 적이 없다’면 자신있게 5점을 주자.
  
5  동반자를 속인 적이 없다.
 
볼을 멋대로 옮긴 적은 없는가. 안보겠지라며 툭 쳐서 좋은 라이에 옮겨놓은 적은 없는가. 발자국도 아닌데 벙커에서 발자국이라고 하고 옮긴 적은 없는가. 그린에서 볼마크를 앞쪽이나 은근슬쩍 홀과 가까운 쪽에 한 적은 없는가. 필 미켈슨이 “선수들은 그린 위에서 마커로 마술을 부린다. 그들이 마킹을 할 때마다 볼은 앞쪽으로 나간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볼이 나갔음에도 알까기라는 신공으로 볼을 살려 놓은 플레이를 한 적이 없는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골프는 ‘내가 생각 보다 인간성이 나쁘다는 것을 깨닫는 운동이다’라고 하지 않은가. 동반자를 속이는 플레이를 절대 한 적이 없다면 5점으로 박수받아 마땅하다. 본인 스코어를 슬쩍 속이는 것도 이에 포함된다.
  
6  샷이 안 된다고 욕을 한 적이 없다.
 
샷이 안됐을 때 탄식은 할 수 있다. 때론 어느 정도 감정 표현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볼이나 클럽에 또는 사람을 향해 그도 아니라면 허공에 심한 욕을 하는 것은 비매너 중의 비매너다. 그야말로 동반자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이다. 카트 안에서도 욕을 달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에게 점수를 매겨보자.
  
7  캐디를 존중한다.
 
캐디에게 반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마음에 안 든다고 심하게 혼을 내는 골퍼가 있다. 본인의 스트로크가 잘못됐음에도 캐디가 경사를 잘못 알려줘서 그렇다고 탓을 하는 사람이 있다. 거리를 잘못 불러줬다고 원망하기도 한다. 나는 캐디를 존중하는가? 존중한다면 5점이다.
 
8  동반자의 플레이를 방해하지 않는다.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 동반자의 플레이를 방해하는 경우가 있다. 시야에 보이는 사람은 늘 보인다. 샷을 하는데 옆에서 소리내어 연습스윙을 한다든지, 기침소리를 낸다든지, 벨소리가 갑자기 울린다든지 하는 식으로 동반자의 플레이를 방해하지 않았는가.
  
9  동반자의 퍼팅그린을 밟지 않는다.
 
얘기를 해도 계속해서 남의 퍼팅라인을 밟고 가는 골퍼들이 있다. 심지어 내 라인 좀 밟지마라고 얘기하면 매우 뻔뻔하게 평평하게 다져주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봤다. 조금만 신경쓰면 절대 안할 수 있는 행동이다.
  
10  라운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주변에 라운드 약속을 자꾸 어기는 지인이 있지는 않은가. 핑계는 다양하고 구차하다. 아프기도 하고 집안에 일이 있기도 하다. 이런 핑계가 반복되면 그 사람에게 라운드 전에 문자만 와도 불안하다. 신뢰를 잃고 더 이상 그 핑계를 믿지 않는다. 필드에 가기 전부터 매너를 지키지 못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내기를 하고 돈을 악착같이 챙겨 간다든지,게임 룰을 중간에 막 바꾼다든지, 골프를 하다가 토라져 갑자기 묵언수행을 한다든지 등 골프장에서의 불필요한 모습엔 여러 가지가 있다.
 
위의 항목 10가지의 총점을 매겨보자. 50점 만점에 40점이 넘는 골퍼라면 언제 어디에서도 환영 받는 매너 좋은 골퍼일 것이다. 만일 30점 미만이라면 ‘같이 골프하기 싫어’를 듣는 당사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골프는 스코어가 전부는 아니다. 매너에도 스코어는 있다.
 
강찬욱  시대의 시선 대표. 제일기획에서 카피라이터로 근무했고, 현재는 CF 프로덕션 ‘시대의 시선’ 대표로 일하고 있다. 베스트셀러 『골프의 기쁨』 저자, 최근 『나쁜 골프』라는 신간을 펴냈다. 유튜브 채널 ‘나쁜 골프’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