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홍콩교구 제6대 교구장을 지낸 조셉 젠(90) 추기경이 당시 홍콩국가보안법 시행에 부쳐 한 말은 2년 만에 현실이 됐다. 홍콩 경찰은 11일(현지시간) 젠 주교와 마거릿 응(74) 전 입법회 의원, 가수 데니스 호(45), 후이포컹 전 링난대 교수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이날 보도했다. 이들은 ‘612 인도주의 지원기금’ 신탁관리자로, 외세와 결탁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당국은 이날 밤늦게 이들을 보석으로 석방했지만, 국가보안법에 따라 여권을 몰수했다.
홍콩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개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에 처하는 법이다. 지금까지 최소 175명이 관련 혐의로 체포됐고, 110명 넘게 기소됐다. ‘612 인도주의 지원자금’은 2019년 설립돼 홍콩 민주화 시위 참여자들에게 법적 비용과 의료비 등으로 2억4300만 홍콩달러(약 396억원) 이상 지원했다. 지난해 10월 홍콩 당국이 기부자와 수령인 정보를 요구하자 자진 해산했다.
상하이 출신 ‘홍콩의 양심’
지난 2018년엔 중국 정부의 주교 임명권을 인정한 바티칸을 향해 ‘배신’이라며 “중국의 지하교회 교인들을 팔아넘겼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중국 가톨릭은 교황이 임명한 주교 30여명이 관장하는 ‘지하교회’와 정부가 임명한 주교 7명이 공산당의 통제 아래 이끄는 ‘공식 교회’로 나뉜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과 존 리 행정장관 당선인도 가톨릭 신자다.
각계에선 우려와 비난이 제기됐다. 교황청은 “젠 추기경의 체포 소식을 우려 속에 접했고 상황을 극도로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휴먼라이츠워치는 “90세 추기경의 체포는 홍콩 인권 추락의 상징으로, 존 리 이후 탄압이 고조될 것이란 불길한 신호”라고 했고, 국제앰네스티는 “‘외세 결탁’ 혐의는 국가보안법의 악용 가능성을 다시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홍콩 지지자 탄압을 중단하고 부당하게 구금되고 기소된 이들을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