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하루 앞둔 8일 여야 사이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등 정책 이슈뿐 아니라 가족 신상 등 도덕성 문제까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의 상징으로 꼽히는 한 후보자 청문회가 격심한 난타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왜 압수수색 않나” 맹공
이날 ‘한 후보자 딸이 해외 사이트에 대필 작가의 논문을 올렸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곧바로 페이스북에 “내 딸의 경우 불법으로 유출된 고교 생활기록부에 기록된 경력 관련 기관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이 이뤄졌다”며 “송도 모 국제학교의 생활기록부 또는 그에 준하는 문서에 대한 즉각적인 압수수색이 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가”라고 적었다.
한 후보자는 이에 앞서 “후보자 딸이 작성한 ‘논문’이라고 보도된 글은 논문이 아니라, 온라인 첨삭 등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3페이지(참고문헌 표기 포함 시 4페이지)짜리 연습용 리포트 수준의 글”이라고 해명했다. 글을 올린 사이트도 정식 논문 게재 공간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조 전 장관은 이를 두고도 “뱀처럼 교묘한 해명”이라며 ‘#굥정’ 해시태그로 한 후보자를 비난했다.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이 온라인에서 쓰는 ‘굥정’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성인 ‘윤’을 거꾸로(굥) 적어 ‘가짜 공정’이라고 비꼬는 표현이다. 김동연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 측도 이날 “대필했다는 당사자가 직접 등장했다는 점에서 (한 후보자 딸 의혹이) 매우 구체적”이라며 “자신과 가족에게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이유로 한없이 관대한 조선제일검의 칼날이 안쓰럽다”는 논평을 냈다.
“조국과 다르다”…흠집 우려도
한 후보자 측은 이날 입장문에서 “미성년 자녀”라는 표현을 두 차례 반복하며 “후보자가 관여한 바 없는 미성년 자녀의 상세 활동에 대해서 일일이 구체적으로 답변드릴 수는 없다”고 했다. 역시 조국 사태 당시 성인(29세)이던 조 전 장관 딸과의 상황 차이를 강조하려는 의도다. 한 후보자 딸은 현재 고2다.
다만 논란 일부를 인정·사과하는 대신, 모든 의혹을 ‘범죄 불성립’ 논리로 해소하려는 한 후보자의 대응 방식을 두고서는 국민의힘 안팎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공정·상식이란 도덕적 기준을 내세워 집권해놓고 스스로에게는 법적 잣대만 들이댄다’는 비판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한 후보자 측은 이날 해당 글이 대필임은 부정하지 않으면서 “고교생의 학습 과정에서 연습용으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로 입시 등에 사용된 사실이 없으며 사용할 계획도 없다”고 강조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를 두고 “미수냐 완수냐의 차이가 있을 뿐, 본질은 동일하다고 봐야한다”며 “임명을 강행하면 정권의 정통성 자체를 무너뜨리게 될 듯”이라는 페이스북 글을 올렸다. 3선의 하태경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적어도 ‘부모 찬스’에 있어서 공정과 불공정의 기준을 윤석열 정부가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면서 “그 경계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윤석열 정부의 ‘공정’은 계속 흠집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