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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에 '더 큰 일' 맡기겠단 尹..."사실상 정치적 데뷔시킨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서울 남부지검 A모 검사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시내의 한 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서울 남부지검 A모 검사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시내의 한 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는 해야 할 일이 엄청나게 많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14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이하 한 후보자) 지명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전날 정국을 뒤흔든 ‘한동훈 발탁’ 여진이 이틀째 이어진 가운데, 윤 당선인의 임명 강행 여부와 향후 국정 운영에서 한 후보자 역할에 정치권 시선이 쏠리고 있다.

尹 “이제 수사 벗어나야”

윤 당선인은 극심한 정국 경색 부담에도 한 후보자에 ‘더 큰 일’을 맡기기 위해 그를 일찍이 법무부장관으로 낙점했다고 한다. 당선인측 핵심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인사는 당선인이 한 후보자를 무척 아끼는 마음에서 한 인사”라면서 “인선 작업 시작 때부터 당선인은 ‘한동훈 검사장이 이제는 수사 업무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는 뜻이 강했다”라고 전했다.

그간 윤 당선인은 20년 가까이 피의자를 수사한 한 후보자가 현 정권에서 채널A 사건으로 피의선상에 서고, 인사상 불이익을 당한 데 대한 마음의 빚을 주변에 자주 토로했다. 전날 인선 발표 기자회견에서 “유창한 영어 실력”이나 “글로벌 스탠다드”, “경제 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무행정 현대화” 등을 직접 강조한 것 역시 더 이상 ‘수사’의 틀에 한 후보자를 가두고 싶지 않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2차 국무위원 후보 및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2차 국무위원 후보 및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 인수위사진기자단

실제 한 후보자는 지난 6일 무혐의 처분을 받은 지 일주일 만에 법무부장관 후보가 됐다. 이날 인수위에서는“이미 지난 10일 1차 인선 발표 때 법무부장관을 포함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 주장을 키우면서 발표 시기가 뒤로 밀렸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청문회 걱정 안 해”…강행 기류

민주당이 “당장 철회하라”(박홍근 원내대표)고 반발하지만, 인수위 안팎에서는 윤 당선인이 국회의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한동훈 카드’를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한 후보자와 가까운 인사는 통화에서 “청문회 걱정은 크게 하지 않는 분위기다. 당선인과 이미 여러 논의가 되지 않았겠느냐”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이 청와대 민정수석 폐지를 공약한 것과 관련해 해당 기능까지 한 후보자가 법무부에서 도맡을 가능성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후보자는 이명박(MB) 정부 시절 청와대에 파견돼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윤석열 당선인이 검찰총장이던 2020년 2월 한동훈 당시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인사하고 있다. 13일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한동훈 후보자는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수사 등을 지휘하다 부산고검으로 좌천됐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취임 후 첫 격려 방문지로 부산을 택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당선인이 검찰총장이던 2020년 2월 한동훈 당시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인사하고 있다. 13일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한동훈 후보자는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수사 등을 지휘하다 부산고검으로 좌천됐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취임 후 첫 격려 방문지로 부산을 택했다. 연합뉴스

오랜 기간 윤 당선인 ‘복심’이던 그가 법무·검찰·민정을 넘어 국정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의 권한이 수사·기소권에 한정된 반면, 법무부장관은 정치적으로 얼마나 힘을 받느냐에 따라 다양한 이슈에 개입할 여지가 충분히 열려있기 때문이다.

법무부 근무 경험이 있는 변호사는 “한 후보자는 2009년 상사법무과 근무 시절 회사법 개정 업무를 도맡았다”라면서 “ISD(투자자·국가 간 소송)나 출입국·난민·외국인 업무 역시 법무부 소관이라 한 후보자가 경제·외교 이슈에서도 주축을 담당할 명분이 없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법무부 통일법제과가 대북 관계에서, 국제형사과가 사이버·안보 이슈에서 각각 통일부·국정원 등과 긴밀히 협업하기도 한다.

‘왕차관’ 넘는 ‘왕장관’될까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법무부 장관 지명은 윤 당선인이 사실상 한 후보자를 정치적으로 데뷔시킨 것이다. 한 후보자 본인 하기에 따라선 중요한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국민의힘 지자체장의 참모)는 관측도 나온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반면 민주당에서는 MB 정부 때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왕(王)차관’으로 불렸던 것처럼, 한 후보자가 이른바 ‘왕장관’이 될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동훈은 그냥 장관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왕장관’이자 민정수석 역할을 겸하는 법무부 장관”이라고 적었다.

지난 2020년 7월 한 후보자가 사석에서 당시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향해 “일개 장관이 헌법상 국민의 알 권리를 포샵질을 하고 앉아있다”고 말한 걸 두고 “한동훈, 고귀한 검사장에서 일개 장관으로 간다”(김용민 민주당 의원)는 비판도 나온다.

법무부가 인사청문회 준비에 본격 돌입한 이날 한 후보자는 지난 12일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남부지검 초임검사 빈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조문 후 기자들과 만나 “취임하게 되면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잘 살펴보겠다”는 말을 두 차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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