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상황은 이러했다. 지난 2일 인수위 측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통령실 출입기자 등록 신청을 진행했다. 구비 서류에는 등록 신청서와 경력 및 배우자·자녀 개인정보 등을 작성한 신원 진술서가 포함돼 있었다. 청와대 출입기자의 경우 보안상의 이유로 출입 등록 절차가 다른 정부 부처보다 통상 까다로운 편에 속한다. 기자들 또한 이러한 사정을 잘 알기에 신원 진술서 작성에 대해 크게 반감을 갖지 않는 모습이었다.
역대 대통령의 참모진들은 저마다 일했던 청와대의 소통 능력을 어느 정부 때보다 높게 평가해왔다. 언론의 권력 감시 역할을 보장하는 동시에 기자들과 격의 없고 친근한 대화로 국민에게 다가가는 데 노력했다는 의미에서다.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은 불시에 춘추관을 방문해 기자들과 자주 인사했다”고 전했다. 박수현 전 국민소통수석은 라디오에 출연해 “문재인 대통령은 (이전 정부와 달리) 사전에 질문받지 않고 현장에서 직접 질의응답 하면서 발전된 형태의 소통을 했다”고 말했다.
검사 시절 언론 접촉이 많지 않았던 윤 당선인은 정치 입문 후 언론을 통한 국민 소통 행보를 중요시했다. 청와대 이전 문제를 두고 스스로 기자회견을 열며 취재진과 일문일답을 주고받는가 하면 “커피 한잔 마시러 왔다”며 임시로 만들어진 천막 기자실을 깜짝 방문하기도 했다. 기자들에게 김치찌개를 끓여주겠다는 약속도 더했다. 지난해 대선 출마 선언 첫날에는 국회 취재기자들을 먼저 찾아가 인사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달 신문의 날 기념행사 자리에서 윤 당선인은 “언론과의 소통이 궁극적으로 국민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민심을 가장 정확히 읽는 언론 가까이에서 쓴소리도 잘 경청하겠다”며 언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각계각층 목소리를 전하는 다양한 기자들을 통해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윤 당선인은 이제 그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 줄 시간만 남았다. 앞서 발생한 인수위와 언론과의 마찰음이 부디 일회성 해프닝에 그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