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은 확장 억지 약속이 철통 같다는 점을 재확인할 것이다.”(5일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오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와의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핵 도발 등에 대응하는 ‘확장 억지 약속’을 화두로 꺼냈다. 확장 억지는 미국의 동맹이 핵 공격 위협을 받을 때 미국이 억제력을 확장해 제공한다는 의미로 ‘핵우산’으로도 불린다. 북한이 지난 3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며 모라토리엄(핵실험 및 ICBM 시험 발사 유예)을 파기한 데 이어 핵실험 재개 움직임까지 보이는 데 대해 미국이 핵무기를 포함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억제력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사키 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브리핑을 통해 ICBM 발사 등 북한의 연이은 무력 도발 행위가 오는 21일 한·미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일본을 방문할 때 북한이 의제에 오를 것이란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다.
윤 당선인 취임 후 11일 만에 열리게 될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안보 동맹 중심의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격상하기 위한 의제들이 논의될 예정이다. 정상회담 전 양국 실무협의 진전 상황에 따라 동맹 격상 선언이나 이를 뒷받침할 협의체 신설 등이 공동성명에 담길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제안한 ‘한·미 경제·안보 2+2 회의’는 양국이 급변하는 국제사회 움직임에 공동 대응하며 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대표적 아이디어다.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도 한국은 공급망 재편 등 경제 안보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핵심 파트너에 해당한다. 한·미 경제·안보 2+2 회의가 성사될 경우 한국에선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미국에선 국무부와 상무부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백신·기후변화·신기술 등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 협의체) 워킹그룹 참여 문제도 논의될 수 있다.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서는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후 곧장 쿼드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다. 이를 통해 한·미·일 3국 협력 방안도 깊숙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달 26일 한·일 정책 협의단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규정에 근거한 국제질서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일 전략적 협력이 이 정도로 필요한 때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사키 대변인은 “정상들은 우리의 필수적인 안보 관계를 심화하고 경제적 유대를 증진할 수 있는 기회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기후변화와 코로나19 대응 등 공통의 도전 과제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제시할 의제에는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도 포함될 전망이다. 사키 대변인은 “한국과 일본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와 수출 통제에 동참해 왔다”며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양국은 조만간 정상회담 의제를 구체적으로 조율하기 위한 고위급 협의 채널을 가동할 예정이다. 윤 당선인 측에선 국가안보실장에 내정된 김성한 인수위 외교안보분과 간사가 나서 협의를 실무 총괄하고 미국 측에선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나설 예정이다.
그런 가운데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대사 지명자에 대한 미 상원 인준 표결안도 이날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전날 상원 외교위에서 인준안이 통과된 지 하루 만이다. 의회 인준 절차를 모두 마친 골드버그 지명자는 취임 선서를 한 뒤 한국에 부임하게 된다. 골드버그 대사가 공식 부임할 경우 지난해 1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약 16개월간 이어지던 주한 미대사 공석 사태는 마침표를 찍게 된다.
골드버그 지명자가 얼마나 빨리 부임할지, 한·미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배석할 수 있을지는 한·미 양국 정부 일정에 달렸다. 전임자인 해리 해리스 전 대사는 상원 인준안 통과 후 9일 만에 한국에 부임했다. 골드버그 대사가 공식 활동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정해야 하는데, 윤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부터 바이든 대통령 방한까지 열흘 남짓이라 시간이 빠듯한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