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힘이다!] 협력사 돕고 청년 일자리 창출···'상생 경영'으로 위기 극복

중앙일보

입력 2022.04.29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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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적극 대응 나선 기업들

LG전자 직원들이 ‘LG스마트파크’의 지능형 공정 시스템이 보여주는 버추얼 팩토리를 지켜보고 있다. 지능형 공정 시스템은 냉장고 생산, 부품 이동과 재고 상황 등 실제 공장 가동 상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사진 LG전자]

지난 19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하향 조정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하며 세계 경제 회복세가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삼성·현대차·SK·LG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상생 경영을 통해 위기를 함께 극복해가고 있다.
 
삼성전자에 스마트폰 커버를 공급하는 한 국내 중소기업의 베트남 법인은 지난해 7월 코로나19 확산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생산 준비가 한창이던 시기였지만 현지의 지역 봉쇄와 인력 이동 제한 정책으로 협력업체 직원 다수가 출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자 목표했던 생산량의 절반도 채울 수 없었고 직원 대상 유전자증폭(PCR) 검사 비용이 급증해 재정난이 가속화했다.
 
그러자 삼성전자는 해당 업체가 인근 학교를 임시 숙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베트남 지방정부와 협의했고, 전기·수도 시설을 보수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임시 숙소와 사업장 간 통근버스를 운영하는 한편 무이자 대출도 제공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협력회사 120여 곳에 이 같은 지원을 제공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1월 경기도 고양에서 열린 ‘청년희망 ON’ 프로젝트 관련 간담회에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향후 3년간 직접 채용으로 총 3만 명, 그리고 인재육성·창업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약 1만6000명을 고용할 예정이다. 특히 그룹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로보틱스, 미래항공모빌리티, 수소에너지, 자율주행 등 신사업 분야에서 신규 인력 채용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행사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사업을 번창시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청년들이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기업으로서 의무”라며 “신사업을 중심으로 청년들이 더 많이 동참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강조해 온 ‘ESG(친환경·사회적 가치·지배구조 개선) 경영’ 철학을 기반으로 상생 경영을 펼치고 있다. 탄소중립·친환경 사업 등을 통해 환경 분야 문제 해결에 적극 기여하겠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2021 CEO 세미나’를 갖고 “SK그룹이 2030년까지 전 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210억t)의 1%에 해당하는 2억t의 탄소를 줄이는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20년 SK그룹 8개 관계사는 한국 최초로 ‘RE100’에 가입하며 2050년까지 사용 전력 100%를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조달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SK는 2025년까지 청정 수소 28만t 생산 체제를 갖추겠다는 목표로 다양한 수소사업을 육성하고 있으며 전기차 배터리, 폐플라스틱 재활용 등 기존 사업 모델도 친환경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LG그룹은 중소 협력회사를 위한 기술·자금 지원에 힘쓰고 있다. 올해 초 LG는 설 명절을 앞두고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회사를 돕기 위해 납품대금 약 1조3000억원을 조기 지급했다.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LG화학·LG에너지솔루션·LG생활건강·LG유플러스·LG CNS 등 8개 계열사가 예정 지급일보다 최대 13일까지 앞당겨 대금을 지급했다. 협력회사들이 명절을 앞두고 원자재 대금 결제, 상여금·임금 지급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LG전자는 지난 2013년부터 협력사가 기술자료를 임치할 때 드는 비용을 전액 지원하고 있다. 기술자료 임치란 거래관계에 있는 두 기업이 서로 합의해 중소기업의 기술자료를 신뢰할 수 있는 대·중소기업, 농어업협력재단에 보관해 기술 유출·탈취 위험을 줄이는 제도다. LG전자는 지난해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많은 204건의 기술자료를 임치했으며 지원을 받은 협력회사의 수도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롯데백화점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심해지자 이들을 위한 온·오프라인 판로 개척에 힘쓰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함께 매년 두 차례 ‘우수 기술 중소기업 품평회’를 열고 선발된 기업을 대상으로 입점 기회를 제공한다. 판매 수수료 우대, 인테리어·인건비·판촉비 지원도 제공한다. 이를 통해 롯데백화점 각 점포에는 20여 개의 중소기업 브랜드가 입점하게 됐다.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은 한화그룹은 신년사를 통해 정도경영과 나눔의 가치를 강조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70년 역사에 걸맞은 깊은 책임감으로 다 함께 살아갈 밝은 미래를 만드는 데 앞장서자”고 강조했다. 한화는 사회공헌 철학인 ‘함께 멀리’를 바탕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미래세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지구의 날’을 기념해 강원도 홍천군 일대 5만㎡ 규모로 ‘태양의 숲 9호’를 조성했다. 소나무·낙엽송 1만2000그루를 심어 연간 136.5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미세먼지 53만g과 산소 2000t을 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S그룹은 다양한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사업 생태계를 확장하기로 했다. 그룹 계열사 간 협업뿐 아니라 외부 스타트업, 벤처캐피털, 사모펀드 등 다양한 영역에서 경쟁력을 가진 기업과 교류하고 협력을 증진해 불확실성으로 인한 위험과 기회에 대응하자는 차원이다. 이에 따라 GS그룹은 LG화학, 포스코 등과 산업용 바이오 재료 생산 협력 관계를 체결했으며 휴젤 등 의료·바이오 분야로도 네트워크를 확장했다.
 
두산그룹은 협력회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술·재무 지원 등 다양한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두산은 지난해 10개 협력회사에 생산관리 시스템을 적용해 생산 현장의 디지털 전환을 돕고 협동로봇 도입 등 자동화 구축을 지원했다. 이들 기업은 제품 불량률을 75% 줄이고 생산 시간을 단축하는 등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