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를 손질하면 당연히 버려지는 부분이 나옵니다. '어떻게 요리를 잘할까'만 생각하면 버리고 끝이죠. '왜 버릴까'를 고민하면 환경과 식량 문제까지 연결됩니다."
모던 한식 대표 셰프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유현수(44)씨의 말이다. JTBC에서 방송됐던 '냉장고를 부탁해'(이하 냉부)로 얼굴을 알린 그는 2020년부터 음식쓰레기와 식량 문제에 적극 나서고 있다.
22일엔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의 한국 셰프 어드버킷(기구 활동 홍보·지지 역할)으로 임명됐다. 전 세계 4명뿐인 자리로, 한국인으로선 처음이다. 셰프로서는 흔치 않게 요리 전과 후까지 생각하는 사회적 활동을 국제기구에 인정받은 것이다. 지구의 날인 이날 유 셰프가 운영하는 서울 종로구 식당에서 그를 만났다.
'모던한식' 유현수 셰프, WFP 셰프 어드버킷 임명
"버섯밑동·생선뼈도 활용 가능" 식재료 낭비 알려
유 셰프는 버리는 식재료를 줄이는 법을 남들과 공유하려고 한다. 올해 들어 버섯 밑동, 생선 뼈, 과일 껍질 등을 활용한 요리 레시피를 온라인에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음식을 버리지 말라고만 하지 말고, 대안이 있어야 한다. 식당 사장뿐 아니라 직원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다"라고 했다.
유현수 셰프의 노력은 이제 시작이다. 강원도 출신인 그는 "어릴때를 돌이켜보면 뭐 하나 버리는 것 없이 육수로까지 활용해 먹었다"며 "이렇게 다양하게 채소를 조리하는 법은 한식만한게 없다"고 했다.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실천도 중요하다. 유 셰프는 각 가정에서 꼭 필요한 만큼 장을 보라고 강조했다. 한꺼번에 왕창 사놓으면 결국 먹지 않고 버려질 음식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집집마다 냉동실에 얼린 재료가 너무 많다. 집에 냉장고가 없다고 가정하고 먹을 것만 사보라"고 했다. 스타들의 냉장고 속에 잠자던 식재료를 봐온 '냉부' 출연 경험에서 나온 조언이다.
마구 버려지는 음식은 크게 보면 식량 부족 문제와 연결된다. WFP 어드버킷이 된 유현수 셰프는 이제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식량·환경 문제 해소에 나선다. "책임감이 커졌다"는 그는 아동 영양 문제까지 내다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 유행 등으로 발생한 식량 위기는 먼 외국의 일이 아니라는 걸 피부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식량 자급도가 낮은 한국은 안전하지 않죠. 해외 셰프들과 힘을 합쳐 아동 식량 이슈 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뜻을 많은 이에게 알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