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2024년 5월 어느 날. 문화도시 부평의 문화두레시민회 회의가 있는 날이다. 부평 문화도시센터에서 열린 이번 회의는 여름휴가를 가지 못하는 주민들을 위해 어떤 문화예술 콘텐트를 제공할지 논의하는 자리다. 우리 동네뿐 아니라 부평구 내 다른 시민회에서도 논의가 한창일 테다. 4년 차를 맞는 ‘문화도시 부평’은 구청 공무원이나 몇몇 문화예술인들로만 구상되지 않는다. 나와 같은 일반 주민들이 다양한 통로를 통해 함께 의견을 나누고 만든다. ‘문화두레시민회’를 비롯해 ‘문화도시 라운드테이블’ ‘도시예술연구소’ 등에서 생각을 모으고, 이를 문화도시 현장에 적용한다. 시민이 만드는 문화도시, ‘문화도시 부평’의 핵심이다.
5년간 190억 들어 ‘문화도시 부평’ 조성
‘문화도시 부평’은 ‘삶의 소리와 함께 내 안의 시민성이 자라는 문화도시 부평’을 비전으로 ^시민성 ^내발성 ^장소성 ^창조성 ^연대성 등 총 5가지의 핵심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24개의 세부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부평은 과거 일제강점기 당시 군수공장인 일본육군조병창과 해방 이후 미군수지원사령부 애스컴(ASCOM)이 자리했던 곳이다.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국가 주도의 부평공업단지가 들어섰고, 도시는 점점 서울의 베드타운으로 전락했다. 반면 일제강점기 부평 평야로부터 시작된 소작쟁의와 같은 농민운동과 산업화 시기 노동운동·시민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지며 다른 어떤 도시보다 시민의식이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아픈 과거를 지닌 부평구는 다양성과 개방성이라는 지역만의 특색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도시를 그려가고 있다. 특히 미군이 자리했던 1960년대 전후는 서양 음악이 처음 부평을 거쳐 한국 대중음악에 영향을 미친 시기기도 하다. 배호·한명숙·신중현·김홍탁 등 대중음악의 선구자들이 부평을 거쳐 갔다. 부평에 강요됐던 다양성과 개방성을 바탕으로, 굴절된 과거를 현재와 연결하는 새로운 시작이 바로 ‘문화도시 부평’이다.
자생적 실천 위한 ‘문화두레’ 구성
세부 사업으로는 모든 시민이 집 가까운 곳에서 언제든지 다양한 음악 활동에 참여하고 경험할 수 있는 ‘즐겁고 신명나는 음악동네 만들기’를 비롯해 ‘역사문화자원 발굴 및 아카이브’ ‘굴포천 예술천 조성’ ‘음악도시 브랜드 창출을 위한 축제’ 등이 있다.
또 부평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예술 전문가와 뮤지션·기획자·시민 등을 대상으로 부평에 대한 온라인 콘텐트를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부평아트센터·부평문화원·다문화가족지원센터·부평구립도서관 등 지역 내 기관과 부천·영등포·인천지역 기초자치단체와 연대해 문화도시 네트워크도 구성했다.
아울러 지역의 대표 도시재생뉴딜사업인 ‘지속가능한 부평11번가’와 내년 말 완공 예정인 굴포천 생태하천 복원사업 등과 함께 도시 공간을 문화적으로 연계하고, 인천 음악도시 마스터플랜의 일환인 한국대중음악자료원 유치 및 인천음악창작소 등과 연계해 상승효과를 일으킨다는 목표다.
차준택 부평구청장은 “시민을 주체로 일상이 문화가 되고 지속가능한 문화생태계를 조성해 누구나 함께하고 소외되지 않는 문화도시 부평을 만들 것”이라며 “부평의 새로운 시작을 50만 부평구민 모두가 체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