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시 선제타격 가능성을 시사한 서욱 국방부 장관의 최근 발언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직접 비난전에 나섰다. 한국의 정부 교체기와 4월 북한 내 대형 이벤트 등을 염두에 둔 고강도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 부부장은 3일 담화를 통해 "핵보유국을 상대로 선제타격을 함부로 운운하며 망솔한 객기를 부렸다"며 "남조선 군부가 우리에 대한 심각한 수준의 도발적인 자극과 대결 의지를 드러낸 이상 나도 위임에 따라 엄중히 경고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날 북한군 및 군수공업부문을 총괄하는 박정천 정치국 상무위원 겸 당 비서의 담화도 동시에 내놨다.
북한의 대남담화 의도
서욱 장관을 "이 자"라고 칭하며 "미친놈" "쓰레기" 등 예의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나는 이자의 객기를 다시 보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면서다.
북한의 이번 담화는 한반도에서 긴장을 조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남측 군부를 직접 압박하는 한편, 새로 들어서는 윤석열 정부를 길들이려는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또 한국의 정부 교체기를 맞아 도발에 나서기 전 자기 합리화를 위한 명분을 쌓으려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4월에는 김일성 주석 110주년 생일 등 북한의 각종 기념일도 있고, 상반기 한·미 연합훈련도 18~28일 실시된다.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앞두고 북한이 실제 추가 행동을 준비하는 정황도 포착된다. 영변 핵시설이나 풍계리 핵실험장 등에서 보이는 동향이 심상치 않다.
북한이 스스로 핵보유국이라고 주장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김 부부장은 물론 박정천 비서도 담화에서 "핵보유국에 대한 선제타격을 운운하는 것이 미친놈인가 천치바보인가"라고 했다.
이는 북한이 적어도 당분간은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대화는 없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북한은 그간 미국과 동등한 핵보유국으로서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군축 대화를 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아 왔다. 특히 김 부부장은 "위임에 따라"라는 표현을 사용, 자신의 비난 담화가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이 담긴 발언이란 점을 분명했다.
재고하겠다는 北, 향후 행보는?
특히 북한은 이날 두 담화를 모두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도 게재했다. 엄포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한 셈이다. 박정천 비서는 담화에서 "남조선 군부의 반공화국대결광기에 대하여 우리 인민과 군대가 반드시 알아야 하겠기에 나는 이 담화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남조선군이 그 어떤 오판으로든 우리 국가를 상대로 선제타격과 같은 위험한 군사적 행동을 감행한다면 우리 군대는 가차없이 군사적강력을 서울의 주요표적들과 남조선군을 괴멸시키는 데 총집중할 것"이라고도 했다.
여기엔 내부적으로 대남 적개심을 끌어올려 대북 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해 경제난을 겪는 주민들의 결속을 이끄는 동시에 대남 공세의 채비를 갖추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전현준 국민대 겸임교수는 "북한은 이미 여러 차례 대남담화를 통해 도발 명분을 쌓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다양한 차원의 대남 공세를 통해 내부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남북관계 주도권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尹은 직접 안 때리고 민생 행보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의 행보는 대미·대남 관련 대결에서도 수위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며 "북한이 군사 대결 일변도로만 가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