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는 가운데 특히 경유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생업에 경유차를 주로 이용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유 L당 1918원…지난해보다 700원 올라
보통 경윳값은 휘발윳값보다 L당 200원 정도 저렴했는데 최근에는 가격 차이가 80원대로 줄었다. 일부 주유소에선 경윳값이 휘발윳값을 ‘역전’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날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주유소의 경유 가격은 L당 2450원으로 휘발유(2428원)보다 22원 더 비쌌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경유 수급난
이에 따라 최근 유럽에서 경유 가격이 급등했고 아시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시장에서 자동차에 쓰이는 국제 경유(0.001%) 가격은 배럴당 147.77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초 100달러대였다가 이달 9일에는 180.97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유류세 인하, 휘발윳값과 격차 줄어
유류세 인하 시행 전날인 지난해 11월 11일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1810.16원)에서 차지하는 세금 비중은 45%, 경유 가격(1605.64원)에서 차지하는 세금 비중은 36%로 두 유종의 가격 차는 204.52원이었다. 하지만 23일 기준 휘발유 가격(2001.72원) 중 세금 비중은 33%, 경유 가격(1918.25원) 중 세금의 비중은 24%로 낮아졌다.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 차이는 83.47원으로 줄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2008년 유류세 인하 조치 당시에도 경윳값이 휘발윳값을 앞선 적이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가격 역전 현상이 고착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차량 40%는 경유차
화물업계는 경윳값 폭등으로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는 “유가 대책에 화물 노동자를 포함시키고 유가연동 운임을 보장하는 ‘안전운임제’를 전 차종으로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화물업계에 따르면 평균 운송료의 30% 이상이 유류비로 지출된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와 관련해 “경유는 휘발유보다 유류세 인하 혜택이 적어 향후 더 급한 상승 곡선을 그릴 수 있다”며 “유류세 인하율을 법정 최대치인 30%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