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은 마리우폴 도심을 겨냥해 무차별적으로 지상군의 포격과 공군의 폭격을 가하며 섬멸전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 CNN은 상업위성 기업 막사 테크놀로지가 이날 새로 공개한 위성사진을 통해 마리우폴 주거 지역의 아파트를 비롯해 이미 여러 채의 건물이 파괴된 모습을 보여줬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마리우폴은 최소 6일간 공습을 받았으며, 이 도시를 포함해 개전 이후 최소 67곳의 우크라이나 도시와 마을이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았다. ‘최소 6일간 공습’은 북동부 제2의 도시 하르키우(최소 9일)에 이은 최다 일수다.
마리우폴에 파견된 국경없는의사회(MSF) 관계자는 12일 “마리우폴 시내 그 어디에서도 음식과 물을 찾을 수 없다”며 포위된 시민들의 상황을 전했다. 이들은 “물을 얻기 위해선 2~3㎞를 걸어가야 하는데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고, 도시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시민들은 정보 공백 상태에 있다”며 “마리우폴 주민들은 난방용 배관에서 물을 꺼내 식수로 쓰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군의 이런 공세에 대해 “러시아 정부는 무리한 공격을 감행할 만큼 마리우폴이 핵심 목표(key objective)라고 생각한다”며 “이곳을 점령하면 우크라이나 남부 해안을 따라 러시아 국경에서 크림반도에 이르는 육로가 열리고, 키이우를 향한 러시아군의 진격이 가능해진다”고 보도했다. 추후 우크라이나 정부와 협상에서도 마리우폴의 점령 여부가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이날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리비우 인근 야보리우에 30발 이상의 순항미사일을 발사해 백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야보리우는 우크라이나 군사 훈련 시설인 국제평화안보센터(IPSC)가 있는 곳으로 폴란드 국경과 불과 25㎞ 정도 떨어져 있다. 이날 로이터 통신은 현지 관리들을 인용해 이번 공격이 개전 이후 가장 서쪽에서 발생한 공격 사례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13일 우크라이나 남서부에 위치한 이바노-프란키우스크 공항에서도 러시아군 공격에 의한 폭발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군은 11일 우크라이나 중부의 거점 도시 드니프로에 대한 첫 공격도 개시했다. 드니프로 구조 당국은 성명을 통해 “11일 오전 드니프로에 세 차례의 공습이 있었다”며 “유치원 1곳과 아파트 1개 동, 2층짜리 신발공장이 공격을 받았고 1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드니프로가 러시아에 넘어가면 돈바스 지역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동부군 전체가 러시아군에 포위당한다.
이와 관련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 정부의 경고는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직접 대결 위험을 높이는 것”이라고 전했다.